대구의 원로서양화가 서창환 신석필씨가 나란히 개인전을 연다. 칠순을 훌쩍넘긴 고령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온 이들은 근작들을 통해 개성이 무르녹은 원숙한 경지를 펼쳐보인다.스물두번째를 맞는 서창환씨 개인전(12~18일 봉성갤러리)은 화랑 가득히 수덕송(수덕송)이 울려퍼지는 전시회이다. '녹태(녹태)' '기다림' '들녘' '추향(추향)'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무들이 빼곡히 서있다. 보라색을 주조로 하면서 청색 회색을 많이 써 차분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나무 화가'로 알려진 그는 30년이상 나무만 그려왔다. 그것도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숲을 이룬 여러 그루의 나무를 즐겨 화면에 옮겼다."몇십년전인가 꼭 이맘때보다 한달앞선 어느 날이었습니다. 잎파리 하나 없이 벌거벗은 나목들을 보았지요. 조금 있으면 다시 신록으로 차려입을 나무의 장구한 삶과 인생의 짧음이 대비되면서 생에 대한 애착을 오히려 나무로표현해보고 싶더군요"
그의 나무에는 또 독실한 신앙심도 배어있다. 곧게 뻗은 나무는 인류가 고대부터 쌓아온 탑이나 첨탑건축양식과도 일맥상통하는, 하늘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닿아보려는 경천(경천)사상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신석필씨 초대전(10~19일 송아당화랑)에는 봄이 오는 고향산천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감돈다. 구상계열 풍경들로 27점쯤이 내걸리는 이번 전시회에서그 소재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한국전쟁때 월남하면서 두고온 고향 황해도 봉산에 대한 추억과 서정이 하나이고 '고대한국인의 발자취'란 글을 쓰면서 다녀본 삼국시대 흔적이 아직도물씬 풍겨나는 일본 광경이 또하나이다.
달밤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 이른 봄 나들이 나온 소녀들에게서 고향을생각하고 한국인이 만든 일본의 불상과 탑, 신라산이라 이름붙은 산으로 또다른 한국적 향취를 표현한다.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에서부터 고대 한국인들에 대한 애정으로 시대를 거슬러 우리 민족의 맥박을 살려내는 마음까지 보여주는 자리인 것이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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