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83)

"마두가 월급 챙길줄 알겠니. 돈 쓸줄두 모르는데"기요가 말한다.

"너 식당에서 돈 만져봤니?"

짱구가 내게 묻는다. 나는 머리를 흔든다.

"작년 시월 하순이었지. 그렇다면, 십일월, 십이, 일, 이, 삼월, 지금이 사월하고도 팔일이니, 다섯 달이 넘었잖아"

짱구가 손가락셈을 하고 말한다. 짱구가 담뱃불을 재떨이에 끈다."기요, 너 마두 데리고 먼저 떠나. 내가 손 좀 보구 뒤따라 가마"짱구가 말한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난다. 찻값은 짱구가 낸다. 우리 셋은 커피점을 나선다.

"마두 사물도 챙겨와. 최소한 월 칠십씩은 쳐야 해. 요즘 사람 부리구 그 정도 안주는 데가 어딨어"

기요가 짱구한테 말한다. 짱구는 꽃집 골목으로 꺾어든다. 총알 택시 타는데로 가자고 기요가 내게 말한다. 기요와 나는 번화가 쪽으로 걷는다."우리 업소로 다시 가는데 유감없지?"

기요가 묻는다. 나는 식구들과 함께 있기 싫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 말을할 수가 없다. 나는 뒤돌아본다. 그린은행 간판이 저만큼 보인다. 이제 다시인희엄마를 못볼 것같으다. 인희와 연변댁도, 미미도 볼 수가 없겠다. 코알라가 생각난다. 그 작고 동그란 눈이 나를 본다. 코알라는 저 남쪽 대륙 오스트레일리아에서만 사는 짐승이다. 아버지가 지도책을 펴놓고 내게 말했다."너 울잖아. 무언가 섭섭한게 있는 모양이군"

기요가 말한다. 나는 목이 메어 대답할 수가 없다. 업소에서 일하다 찾아와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흥부식당은 찾을 수가 있다. 종성에서 걸어오면 된다. 온주로 들어와 번화가를 찾으면 된다. 파란색 은행 간판만 보면,그 골목안에 꽃집이 있다.

우리는 택시 정류소로 온다. 택시기사가 종성갈 손님을 부르고 있다. 기요와나는 택시를 탄다. 손님 넷을 태우자 택시가 출발한다. 기요와 나는 뒷자리에 앉았다. 나는 가운데 자리이다. 택시가 시내를 벗어난다. 차창 밖은 봄이활짝 피었다. 가로수 벚꽃이 만발하다.

"마두, 우린 두 달 반을 살았어. 집행유예로 빠지긴 했지만"기요가 말한다. 택시 안 손님이 놀란 눈으로 기요를 본다. 기요가 담배를 꺼낸다. 창문을 연다. 가래침을 창 밖으로 뱉는다. 기요가 담배연기를 창 밖으로 뿜는다. 나는 눈을 감는다. 최상무 얼굴이 떠오른다. 쌍침형, 불곰형, 돈필이, 족제비, 빈대… 많은 식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제 나는 다시 그들과 한 식구가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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