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먼 야망·탈법대출 합작품-덕산부도 한달만에 수사종결

덕산그룹 계열사의 연쇄부도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장기신용은행장 봉종현씨(57) 등 금융권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끝으로 수사착수 한달만에 막을 내렸다.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결과 박성섭 덕산회장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욕심과 이를 뒷받침해준일부 금융권의 실적올리기 대출이 어우러져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검찰의 이번 수사는 3천5백여억원대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수표 및 어음부도 사건에 걸맞게대검 및 광주·청주지검, 국세청·은행감독원 등 수사요원만 1백20여명이 투입돼 구속 10명,불구속 입건 3명, 수배 1명, 기소유예 6명 등 총 20명을 사법처리했다.이 사건의 수사를 맡아온 박주선 중수1과장은 " 앞으로 기소를 위한 보강수사 이외에 새로운것을 찾기 위한 수사는 더 이상 없다"고 밝혀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 됐음을 공식 표명했다.검찰은 지난달 말 박회장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친 뒤 곧바로 금융권의 대출비리에 대한수사와 박회장 일가의 은닉재산 파악작업에 착수했다.금융권 대출비리 수사는 과거 영동개발 사건이나 이철희·장영자 사건 등 굵직굵직한 경제사건의 경우 예외없이 수사의 종착점이 현직 은행장에 대한 사법처리였음에 비춰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

검찰은 그러나 금융권에 대한 수사착수 초기에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관련비리가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2금융기관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할 경우 금융권이 얼어붙어 대출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는등 경제적 폐해가 클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수사대상 선정에 고심해왔다.

검찰은 또 당초 박성섭 덕산회장이 주거래 은행을 갖지 않고 여러 금융기관에 사정하다시피대출을 받아왔던 까닭에 다른 경제 사건들과 같은 금융기관 최고 관리자와의 유착 비리는 없을 것으로 보았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망에 덕산과 장기신용은행간의 대출거래가 빈번했으며 상대적으로 액수도고액인 것이 탐지돼 이에 대한 집중 수사결과 장기신용은행 강남역지점장의 대출 커미션에이은 봉행장의 커미션 수수 부분까지 밝혀내게 된 것.

봉행장의 구속은 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안영모 전 동화은행장에 이어 두번째로, 일부 금융계에서는 '제2의 금융권 사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검찰은 그러나 이같은 금융권 일각의 시각에 대해 "봉행장의 구속은 단지 덕산수사 과정에서불거져 나온 것일 뿐 금융권 전반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면서 "오히려 수백만원대의 커미션수수자에 대해서는 입건조차 하지 않는 등 금융권의 위축방지에 노력했다"고 말했다.또한 사법처리 못지 않게 금융기관의 물질적 피해도 크다.

수십군데의 금융기관이 박회장의 어머니 정애리시씨(71·구속) 가 수천억원대의 재력가이며박회장은 정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풍문을 믿고 덕산계열사의, 영업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천억원을 대출해 줬다가 결국 부도로 인해 회수불능상태에 빠지게 된 것.한편 검찰은 덕산그룹의 대규모 대출과정에 정치권 인사가 개입돼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2금융권을 통한 단기대출이나 어음할인은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예금수신고를 올리는 동시에 이윤이 많은 장사여서 적극적으로 유치하는대출행위였으므로 대출과관련된 청탁이나 압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대출비리와 함께 역점을 두었던 박회장 일가의 숨겨진 재산찾기도 이 사건 수사 종결과 함께 마무리됐다.

가족명의 재산과 회사의 공식 재산등을 합하면 재산 규모는 공시지가로도 2백억원 가량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와관련, "이 정도의 액수로는 피해회복에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덕산그룹 계열사 중 덕산시멘트 등 일부 소생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제3자 인수작업이 추진중이고 박회장 일가가 채권단에 자신들 및 가족소유 재산을 위임하겠다는 다짐을하고 있어 피해변제가 예상외로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덕산수사 금융권 주변**

○…봉종현장기신용은행장의 구속에 이어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에 대한 은행감독원의 특검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업계는 이를 둘러싼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특히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이 대형 시중은행 통폐합설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은행감독원 검사6국 검사요원들이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에 대해 효산그룹 관련 비리와 위규여부를 캐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은행감독원의 검사업무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주목.

덕산그룹에 대한 은행여신 업무 조사를 위해 검찰에 차출된 6국 직원들이 검찰의 지휘로 제일은행 등에 나간 것이라는 것이 유력한 설.

검찰이 덕산그룹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효산그룹 부도관련 은행의 대출비리와 부당여신 여부를 캐낼 경우 파장은 더욱 확산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관련은행들은 아연 긴장하고 있는 모습.

○…은행장이 구속된 장기신용은행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봉 행장을 제외한 전체 임원이참석한 가운데 오세종 전무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당분간 오전무의 행장대행 체제로 운영키로 결정.

장기신용은행은 이번에 구속된 봉행장 등 역대 4명의 행장 가운데 1대를 제외한 나머지 행장들은 모두 내부에서 승진했으나 이번에 금융사고로 행장이 물러나게 됐기 때문에 외부에서영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

○…덕산그룹에 대한 금융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결과로 투금업계에서는 충북투금의 전응규 전 회장과 우태규 상무가 구속되고 박춘옥 전사장이 수배되는 등 충북투금의 전현직 임직원 6명이 무더기로 구속 또는 불구속, 수배됐지만 다른 투금사에는 관련자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불행중 다행이라고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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