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신민 통합 무산위기 안팎

민주당과 신민당이 추진중인 양당 통합협상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민주당은 17일 총재단회의를 열어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미뤄왔던 지자제선거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선거대책위와 조직강화특위를 금명간 구성키로 했다.

민주당 이기택총재 자신도 17일 통합추진과 함께 지방자치선거 준비에 주력할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스스로 정한 통합시한(15일)을 넘겼으므로 더이상 실익없는 통합논의에 매달릴 수없다는 태도다.

신민당도 마찬가지다. 통합의 한축인 김복동대표가 지역구인 대구에 머물고있다. 대구는 호남색채가 강한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정서가 강한 곳이다.

김대표는 "민주당은 배분해 줄 지구당위원장 자리수등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채'선통합-후협상'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당 공히 협상이 결렬될 것에 대비한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그럼에도 양당은 아직 겉으로는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민주당이 사고지구당 정비를 위한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면 사실상 통합논의는 결렬수순을 밟게된다.

한때 순항하는 듯했던 통합논의가 이처럼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데에는 양당모두 통합의지가 겉으로 드러난만큼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명분만 앞세웠을뿐 실제협상에선 그렇지 않았다는말이다.

민주당은 나름대로 공동대표제와 30% 지분할애 등 양보하려고 노력은 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호남및 서울지역 지분문제를 놓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신민당요구를 외면해온 것도 사실이다.

신민당은 김대표의 변심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이기택총재의 측면지원에 힘입어 당권을 거머쥘때만 해도 김대표는 "통합을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선인사차 대구를 방문한뒤 달라졌다는 게 민주당측 얘기다.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을 잘알면서도 무리한 지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단적인 예라고 민주당관계자들은 주장한다.

"통합은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다. 극적 반전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김대표는 지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위해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과의 면담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김이사장은 만날 생각이 없다. 정치개입의 오해를 자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협상이 결렬되면 취약지역에 한해 자민련도 포함한 야권공조방안을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 역시 자민련 등과의 통합논의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김대표는 17일 박철언씨가 주도하는 나고모(나라와 고향을 생각하는 모임)측과만나 대구지역연대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민당은 또다시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적지않다. 일부 통합파인사들이 통합무산의 책임을 물어 김대표 불신임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임시전당대회를 소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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