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88)

"날 부축해다오. 좀 쉬어야겠다"쌍침형이 말한다. 형이 휠체어를 안쪽으로 밀고 간다. 안쪽에는 스티로폴을겹으로 깔아 놓았다. 그 위에 전기장판이 깔려있다. 이불이 한쪽편에 개여있다. 나는 쌍침형의 양쪽 겨드랑이를 든다. 쌍침형이 신음을 흘린다. 쌍침형을 전기장판으로 내린다. 조심스럽게 눕힌다. 베개가 두개다. 베개 하나를머리에 괴준다. 캐시밀론 이불도 두 채다. 이불 한채를 덮어준다. 쌍침형이눈을 감는다. 헐떡이던 숨소리가 낮아진다. 이윽고 쌍침형은 잠에 든듯 하다.

나는 옥상 마당으로 나온다. 옥상마당이 허섭쓰레기로 어수선하다. 고물책상과 부서진 철제의자가 있다. 폐타이어, 페인트통, 깡통이 있다. 비닐뭉치,썩은 판종이, 신문지 따위가 있다. 나는 큰 물건들을 구석으로 옮긴다. 빗자루를 찾는다. 물탱크 뒤쪽에 수도가 있다. 빗자루도 있다. 옥상마당을 쓴다.흥부식당이 생각난다. 나는 늘 비질을 했다. 식당 앞길도, 미화꽃집도 청소해주었다. 나는 이제 그곳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쌍침형이 멀리 가지말라고말했다.

나는 간이화단으로 간다. 키작은 철쭉나무를 본다. 그 옆에 도장나무 두 그루가 있다. 말라죽은 나무다. 가지를 분질러본다. 물기가 없어 그냥 꺾인다.철쭉나무도 가지가 번성하지 않다. 가지의 잎눈도 덤성덤성하다. 어린 잎이햇볕을 쬐고 있다. 언제, 누구인가, 이 나무들을 옥상에 심었으리라. 튼튼히자라거라, 하고 그는 떠나버렸다. 그뒤, 그는 철쭉나무와 도장나무를 생각하지 않았다. 옥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올라왔대도 나무를 보지 않았다. 그사이 나무들은 시름시름 앓았다. 끝내 도장나무 두 그루는 죽었다. 봄이 와도 잎눈을 터뜨리지 못했다. -나무도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타. 외로움은 병이 되지. 나무들은 함께 어울려 있어야 잘 자라. 가을이면 잎을 지워 거름을만들지. 뿌리가 서로 얽혀 흙을 움켜쥐고 있어야 사태를 막구. 아니면 사람이 정성을 들여 돌보던지. 울창한 산을 보며 아버지가 말했다.철쭉나무는 겨우 살아있다.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앓는 나무다.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없다. 시멘트바닥에 닿기 때문이다. 나는 흙을 만져본다.흙이 메마르다. 까슬한 잔모래 같다. 물끼도, 양분도 없는 흙이다. 철쭉나무는 겨울을 가까스로 버텨냈음이 분명하다. 꽃인들 제대로 필는지 알수 없다.분홍철쭉인지 흰철쭉인지 아직은 모른다. 꽃피우기도 힘에 부칠 터이다. 꽃을 못피우고 말라 죽을는지도 모른다. 나는 거름을 많이 주고싶다. 철쭉나무를 잎무성하게 살려내고 싶다. 꽃눈이 많이 달리게 키우고 싶다. 아버지가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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