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치자금법 통합선거법등 개혁입법이 완료될때 정치개혁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특히 선거망국론이 대두될 정도로 혼탁한 각종 선거에서 통합선거법 제정은공명을 담보할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는데서 그 의미가 찾아졌다. 그러나통합선거법이 본격 적용되는 첫 선거인 6월 4대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비점과문제점이 하나 둘 부각되면서 개정의견이 만만치 않게 쏟아지고 있다.지난해 8월 영월·평창등 3곳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보선에서 최대 선거비용을 지출했다고 보고한 후보는 민주당 신민선씨로 3천9백만원을 쓴 것으로 돼있다.
우리 선거풍토에서 당시 아무도 이를 믿지 않았고 또 누구도 선거후 수입·지출보고서에 대한 선관위의 심사에서 거짓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다.중앙선관위는 보궐선거 평가보고서에서 "후보자 지출보고서상 선거비용지출액이 선거비용제한액의 평균 33·8%로 나타난 것은 엄격한 규제장치와 유급선거사무원수의 대폭 축소로 인한 인건비의 현격한 감소등의 덕분"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중앙선관위는 그러나 "선거 관련 정당활동비, 선거사무소 유지비등에 대한구체적인 범위설정이 요망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는 현행 선거법의 관련조항에 미비점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4대 지방선거 준비과정에서 드러난 새 선거법의 미비점을보완한 개정의견을 지난해 11월과 지난 10일등 2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했다.
11월 개정의견이 새 선거법의 목표인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실현하기위한 보완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 개정의견은 4개선거 동시실시에 따른 선거관리업무 간소화, 효율화에 역점을 뒀다.
선관위는 11월 개정의견에서 "선거사무소등은 법정선거운동기구이며 선전벽보등은 선거운동을 위한 주요매체임에도 규정은 이들의 설치·유지비용이나작성비용을선거비용에서 제외, 일반의 선거비용에 대한 인식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운동자원봉사자 모집·교육, 선거사무소등의 설치·유지, 선전벽보 작성비용,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수십명의 '수행원'에 대한 식사제공등에 드는 비용은 어느 모로 보나 선거운동비용인 만큼 선거비용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초 통합선거법 제정협상때 여야 정치권이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를요구하는 여론을 의식, 담합한 결과 이들 비용이 선거운동비용임에도 선거비용에서 빠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선거법은 또 선거비용 수입·지출 보고의 진실성을 가리기 위해 선관위에 금융기관장에 대한 금융거래자료 제출요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전문조사능력이 없는 선관위가 금융거래자료만으로 불법수입·지출을 찾아내기는 어려울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는 이에 따라 수입·지출보고서에 대한 심사결과 허위보고 혐의가있는 지출보고서에 대해선 법무부장관에게 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개정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새 선거법이 유권자 누구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을 자유화하는취지에서 유급선거운동원 대신 새로 도입한 선거운동 자원봉사자 제도도 정치권의 악용 가능성 때문에 자칫 공명선거를 그르칠 주범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는 이때문에 정당과 후보자의 자원봉사자 모집방법과 숫자, 교육, 관리등에 엄격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관위 입장에선 4개 선거를 과연 현재의 인력으로 정해진 시간내에동시에 관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가장 화급하다고 할 수 있다.선관위가 지난 10일 선거비용 문제등 여야간 논란이 될 수 있는 항목을 제외하고 순수 선거관리 규정상의 문제점만 따로 뽑아 개정의견을 제출한 것은여야논란으로 선거관리규정 개정마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때문이었다.
특히 선거홍보물 인쇄와 발송문제는 선거관리뿐 아니라 선거 공정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있어 위헌 시비마저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현행 규정은 후보자가 후보등록 마감날부터 3일안에 1차 홍보물을 제작,선관위에 제출하고 다시 3일안에 2차 홍보물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선관위 계산에 따르면 4절지 컬러 선전벽보 12만장, 16절지 흑백 선거공보 3억3천만장, 16절지 컬러 소형인쇄물 13억3천만장등 모두 16억6천만장을 인쇄해야 한다.
그러나 컬러인쇄의 경우 전국 1천3백48개 컬러인쇄소에서 하루 인쇄할 수있는 물량은 2억1천6백만장으로, 1,2차 제출기한을 합한 6일이내에 인쇄할수 있는 물량은 12억9천6백만장이어서 소요물량의 97%만 가능, 단순계산해도 인쇄능력 부족으로 유권자에 대한 선거운동 기회를 빼앗기는 후보자가생길 수밖에 없다.
97%라는 것도 용지와 인쇄시설이 전국 후보자에게 골고루 배정된다고 가정한것이어서 기성정당이 용지와 인쇄시설을 선점할 때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자 상당수가 법정 홍보물마저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이에 따라 개정의견에서 "전국 컬러인쇄기 현황으로 미뤄 후보자가 기한내제출하기 어려우므로 각 세대에 보내게 돼 있는 선거공보와 소형인쇄물등 선전물의 경우 발송횟수를 한차례로 줄이되 6일간의 충분한 기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정당대리인의 투표용지 가인제도 역시 4천8백88종의 투표용지 1억2천2백만장에 연 6만9백명의 정당대리인이 가인해야 하는 데 따른 인력과 시간의 낭비가 심각한 실정이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의 부정여부를 감시하기 위해선 투표위원회에서 정당추천위원이 가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큼 투표구위원회 앞단계에서 정당대리인의 가인제도를 입회제도로 바꿀 것을 요청했다.
또 개표과정에서 현재와 같이 투표구 단위로 계표할 경우 개표사고가 없더라도 개표완료에 2~3일이 걸리게 돼 있어 경우에 따라선 6월27일 선거후 7월1일부터 임기가 개시되는 지방자치단체장 일부가 임기개시일 후에도 확정되지못할 가능성도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계표단위를 일본과 같이 읍·면·동단위로 확대하는 안을 개정의견에 포함시켰다. 중앙선관위는 읍·면·동당 평균 4·5개의 투표구가 있으므로 읍·면·동단위 계표를 하면 10시간정도 개표시간을 줄일수 있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치권도 이러한 선거법상의 문제점을 인식, 4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나 순수선거관리 조항마저 여야에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선거홍보물 인쇄문제에선 여야정당이 군소정당과 무소속후보자에 대한 좋은견제수단이라는 데 이해가 일치하고 있고 정당대리인 가인제도 폐지는 여전히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갖고있는 야당이 선뜻 응하려 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이해관계만 따라다닐 것이 아니라 큰 안목을 갖고 선거법 개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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