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본방송에 돌입한 케이블 TV는 방송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 뿐아니라 사회 각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케이블TV는 멀티미디어 시대를 앞당기는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진국들은 광케이블을 통해 각종 정보를 대화형으로 서비스하는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망 구축에 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케이블TV가 차세대 매체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정보고속도로가 광케이블로 연결되는 케이블 TV와 만나기 때문이다. 공보처가 일정을 무리하게 잡아 최근 많은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통신개방에 대비해 정보망 구축이 발등의 불로떨어진 공보처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중론이다.
기술적 발전과 제도의 정착이 뒷받침됐을 때 문화적으로만 인식돼온 케이블TV가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선진국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된 것이다. 올 10월 개국하는 홈쇼핑 채널을 통해 TV쇼핑이 가능해지면 거대한 건물과 주차공간을 보유한 쇼핑센터는 무의미해지면서 유통시장에파란을 몰고 올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미국에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뉴스전문채널이 24시간 뉴스를 방송함에 따라 공중파TV에는 뉴스'특종'이 사라질 것이다. 몇몇 프로그램 공급사들은 대기업을 등에 업고 자금력을 앞세워 기존 방송사를 위협할 정도의 제작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벌써부터 방송사들은 주말에 방송되는 영화 프로그램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전문채널이 종일 영화를 방송하니 케이블TV에 방영되지 않은 작품을 고르기가'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수입가격의 인상도 케이블TV 개국과 함께 늘어난 골칫거리의 하나.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방송관계자들은 케이블TV에 최신 흥행작을 뺏기고 추억의 명화만 방영하는 선진국 공중파TV를 예로 들면서 "케이블TV의 활성화와 함께 공중파TV에서최신 흥행작을 찾기 힘든 날이 곧 올 것"으로 내다봤다.
30여개의 채널중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시청행태가 보편화됨에 따라 제한된채널의 방송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던 시청자의 시대는 사라졌다.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 각 프로그램 공급사마다 외국프로그램의 방송을 최대한 늘리면서 무분별한 외국문물의 수입으로 인한 문화적 충격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점. 종일방송이 실현되면서 TV중독자가 등장하고 공중파 채널보다 심의규제가 느슨해 청소년들이 각종 성인프로그램에 노출될 가능성도 짙어져 케이블TV를 바르게 보기위한 시청자운동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교육채널이체계화돼 과외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케이블TV가 선사하는 장점이다.채널마다 독특한 성격을 가진만큼 채널별 경쟁보다는 유사 영상매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영화사의 고전부터 최신 극장흥행작까지 방송하는영화전문채널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 이중고를안겨주고 있다. 동양비디오 김혁근씨는 "케이블TV 가입자가 늘게되면 비디오대여업계는 아무래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방송의 국내 안방극장 무차별 침투로 논란을 일으켰던 위성방송의 파라볼라 안테나 공급업계도 주춤하고 있다. 40여만원이상의 비용이 드는 파라볼라 안테나에 비해 케이블TV 가입만 하면 위성방송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볼라안테나 제조회사인 C&C 관계자는 "일반가구의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업계의 기대도 만만찮다. 연 5백억원으로 추정되는 공중파 TV광고 적체물량을 일부 소화할 것으로 보이는 케이블TV 광고의 95년도 시장규모를 방송개발원은 3백3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널별로 시청자들의 계층, 취향등이 명확히 구분되는 만큼 광고효과가 확실하고 광고시간도 길어져 좀더 많은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케이블TV 광고의 장점. 저렴한 광고비로 방송광고의 문턱이 낮아져 지역채널의 경우 해당 지역의 웬만한 슈퍼나 식당도 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방송광고보다 짧은 시간에 저렴하게제작하는 광고에 대한 광고대행사의 관심도 상당하다. 인쇄광고에서 신문삽지광고 제작에 빗댈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광고제작비와 광고비로 지역과소비자 밀착형 광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역 종합유선방송국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던 프로덕션들은 제작단가의 의견차이로활동이 부진한 반면 기자재의 생산으로 케이블TV특수를 누리는 전자부품 생산업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가 가져올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나 경제, 유통면에서의 효과는 결국 케이블TV의 활성화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 그 앞날을 장미빛으로만점치는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가입자만이 모든 편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또다른 문제점. 빈부나 도농간의 문화적 격차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술발전을 통한 공공 서비스가 정보화사회의 국민복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막연한 희망에 지나지 않을는지 모른다.〈김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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