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투신 이진무사장 퇴진 압력

여의도 증권가에 인사잡음이 일고 있다. 그 대상은 현재 TK출신(경북 김천)으로는 유일하게 중앙 금융기관의 장으로 있는 대한투자신탁 사장 이진무씨다. 재정경제원은 이사장을 갈아치우려 하고, 직원들은 이에 맞서 강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 주듯 여의도 대한투신 본사건물에는 이사장 퇴진압력에 항의하는 대형 현수막이 시선을 끌고 있다.이사장은 신정부출범 직후인 93년5월 취임했다. 잔여임기는 1년이다. 이사장이 부임할 당시 대한투신은 9백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경영상황은 급속히 호전, 지난해 1천7백41억원 그리고 올3월 결산에서는 1천5백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경영상 하자가 없다는 반증이다.이런 상황에서 이사장의 경질설이 불거졌다. 재경원은 5월말 6월초로 예정된정기주주총회에 앞당겨서 임시주총이라도 열어 그를 퇴임시키려 했다. 노조의 즉각적인 반발로 임시주총은 무산됐으나 정기주총에서 '일'을 치르려는재경원의 입장은 아직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이사장의 경질설은 지난해 10월과 올 2월에도 나돌았다. 그가 6공인맥이고TK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이 "금융자율화를 저해한다"는 성명서까지 내는등 반발, 경질설은 곧바로 숙졌다. 그리고 이달 들어 다시 경질설이 불거졌다. 현재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세다. 노조는 직원들로부터 거둔 1억원의 기금으로 19일 일부 신문에 이사장 퇴임압력의 부당성을 알리는 광고까지 실었다. 장택환노조위원장은 19일 "경영부실도 아니고 비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임기마저 남은 이사장을 자르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자신들이 앉혀놓고 또 쫓아 내려는 것은 아무리 해도 좋게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 청와대와 재경원에 질의서를 냈다. 청와대의 답은 "재경원의 소관사항이다"는 것이었고 재경원은 "우리 소관사항이 아니고 주식회사니까 주주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금융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재경원이 사실상 사장임면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투신의 주식분포를 보더라도 5개 시중은행이 68%를 넘는 주식을 보유, 정부의 입김을 그대로 받고 있다.

직원들은 정부가 이사장을 '무리수'를 써가며 경질하려는 이유로 몇가지를들고 있다. 첫째 이사장이 TK출신이라는 점이다. 이사장은 경북고(42회)를나와 6공시절 박철언전의원과 친분을 가졌다는 소문에 싸여 있다. 둘째로 이사장이 정부의 증권구조 개편방침에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그리고 여권 실세들에게 밉보였다는 소문이다. 지난 3월 민주계출신 민자당실세당직자의 고교동창생 임원승진 청탁을 거절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밖에 민자당해직자와 세무대학 직원들에 대한 청탁을 막판까지 거부한 것도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다. 다만 위에서 든 여러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퇴임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분석이다.노조에서는 재경원이 이사장 퇴임압력을 철회하지 않는한 5월말이나 6월초로예상되는 정기주총에서 실력행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장노조위원장은 "우리사주로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이 15%인 만큼 주총에서 주주자격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합법적인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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