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 이등휘 제안 정면거부

중국의 전기침부총리겸 외교부장은 최근 뉴욕에서 가진 중국기자들과의 회견을 통해 지난 8일, 대만의 이등휘총통이 발표한 대 대륙 6개항의 제의, 즉 '이육조'를 정면으로 거부함으로써 대만해협의 파도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지난 19일 핵확산 금지조약의 연장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 참석차 뉴욕을방문한 전부총리는 사상 처음으로 대만기자들까지 초청한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대만측이 수용하느냐에 있다"고말해 이등휘총통이 제의한 대만의 주권인정 조항을 정면으로 거부했다.전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이등휘총통이 지난 춘절을 기해 발표한 강택민총서기의 평화통일을 위한 대 대만8개항 제의에 대한 공식 대응이 나온 후 처음 가진 중국고위층의 답변이란 점에서 중국 통일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를면치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전부총리는 이날 이육조에 대한 논평에서 "대만측이 계속 두개의 중국을 획책한다면 이는 해협양안 중국인민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함으로써 중국의 대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전부총리는 "만약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거나 외국세력이 이 기회를 노려 대만에 특정인을 내세운 후 군대를 파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전체 중국인민들의 이익 차원에서 북경은 무력 사용을 포기할수 없는 것"이라고 무력침공을 위한 전제조건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중국지도부가 대만 독립선언 가능성에 대해 최근들어 또다시 민감한 반응을보이는 이유는 지난 17일 시모노세키조약(하관조약) 체결 1백주년을 맞아 대만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시모노세키조약은 청·일전쟁의 패전으로 청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최초의 굴욕적인 조약으로 중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치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치일로 규정하고 있는 날이다.

시모노세키 조약은 제2항에서 여순·대연등 요동반도와 대만·팽호및 그 부속열도를 일본에 할양하기로 명기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7일 대북에서 대만의 전국교수협의회가 시모노세키조약체결 1백주년을 맞아 '중국과의 고별'시위를 벌이며 축제분위기를 나타낸데있었다.

북경의 중국 지도부는 이 '사건'이 대만의 기본 정서에 비춰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기침 부총리는 시모노세키조약이 전체 중국인들의 치욕임에도 불구, 대만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이날을 되레 명절로 축하할 수 있으며 또 대만정부에서는 어떻게 이 시위를 방치할 수 있느냐는 것.

결국 대만의 독립성향은 국민당정부의 묵인과 방치로 나날이 심각해 지고 있다고 중국 지도부가 판단했기 때문에 전부총리가 이를 대변, 무력침공의 전제조건을 대만의 독립선언과 외국의 사주라고 확실하게 못박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부총리는 이밖에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는 97년 7월1일 이후에도 현재 홍콩에 설치된 수많은 대만의 정부기관들은 여전히 잔류가 가능하다고 선언했다.어쨌든 한동안 유화국면으로 진입했던 해협의 양안관계는 결국 상호간에 주권인정이란 본질적인 문제에 부닥치면서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상황을 맞고있다.

〈북경·최창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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