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재소설-도시의 푸른나무(94)

제4장 산넘어 산으로 ?"넌 알아들었지? 무슨 말이든?"

짱구가 내게 묻는다. 어둠속에 눈이 빛난다.

"끈을 잡아다구… 향린동을 먹자, 체력비로 쓰라, 그런 말했어.""끈?"

"그래, 끈"

짱구가 머리를 갸우뚱한다. 가건물 문이 벌컥 열린다. 짱구가 앞쪽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 뒤를 따른다.

"나 먼저 가"

최상무가 마당으로 나선다. 불곰형이 따라 나온다. 절을 한다. 우리 셋도 머리를 숙인다. 기요가 달려가서 옥상 쇠문을 연다. 최상무가 어두운 계단을밟고 내려간다. 기요가 문을 닫는다. 빗장을 지른다.

짱구가 가건물의 형광등을 켠다. 실내가 환해진다. 불곰형이 간의의자에 앉는다. 가랑이를 한껏 벌린 자세다. 식구들의 앉음새가 그렇다. 우리 셋은 그뒤에 선다.

"통증은 어때?"

불곰형이 쌍침형에게 묻는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기요가 재빨리 라이터불을 당겨준다.

"이젠 괜찮아. 근지러워 미치겠는걸. 다 나았다는 증거겠지""그동안 주사 안맞았지? 주사 맞으면 상처가 오래가"

"안맞았어. 용케 참은걸. 상무님이 뭘 잘못 짚은건 아니겠지?""실수가 없잖아. 매사에 용의주도하니깐. 근데말야. 지자제(지방자치제)선거앞두고 나라 안이 온통 시끌버끌해. 서울에선 다시 학생놈들의 화염병이 등장한건 알지? 지난달 노점상 분신자살사건 추모제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잖나. 이슈는 다르지만, 어찌 팔십년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각종 민원이 다발로 터지구. 종성시만도 시청앞에서 연일 데모야. 불량주택 철거민, 쓰레기하치장 설치문제, 노점상 생계대책문제, 환경연합회의 한강 식수원보호 궐기, 거기다 장애자들의 복지정책 전면 실시까지…"

"형, 상무님 말씀이 뭐야? 끈이라니. 우리가 데모꾼들 찍는데 나선다는 거야?"

"그럴단계는 아니구…여기 시장 선거도 치열하잖아. 무소속까지 여덟이나 난립했으니"

불곰형이 말을 사린다. 담배연기를 뿜는다.

"어중이 떠중이 빼구 둘 아냐. 여당 아니면, 야당이겠지"

"여론은 그래. 특별한 변수가 없담"

"형은 끈을 만나봤어?"

"상무님이 불러 한차례 합석을 했지. 알고보니 찡오와 호텔(감방) 동기더구먼"

"먹물이라면서?"

"그러니 운동권 출신이지"

찡오는 형들처럼 우리 조직의 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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