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한가

4월은 '과학의 달'. 과학부국을 또다시 떠올리게 되는 요즘 과학도라면포항공대의 중앙광장에 한번 가 보는게 좋다.광장의 대리석좌대 6개에는 뉴턴 맥스웰 아인슈타인 에디슨등 위대한 과학자 4명의 흉상이 자리잡고 있고, 나머지 2개는 비어있다.

이곳이 바로 '미래의 한국과학자'를 위한 자리로 하나는 한국인 노벨상수상자를 위해, 또 하나는 세계최고의 한국과학자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85년 포항공대 설립때 만든 이 대리석좌대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명소로 등장한지 오래이나 2개의 자리는 과연 언제쯤 채워질지 모를 일이다. 최고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돌아가는 노벨과학상(물리 화학 의학 생리). 이제는 한국의 과학기술이 일정수준에 올라있는 만큼 한국인의 수상도가능할 때가 아닐까.

그렇지만 과학계의 답변은 '아직도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부정적 얘기가 다수였다. 또 한국을 대표할만한 과학자를 단 한명이라도 언뜻 꼽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해 타계한 고 김호길포항공대총장이 몇년전세미나장에서 들려줬던 얘기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유명한 핵물리학자인 김총장은"기초과학에 대한투자와 교육개혁이 우선되지 않고는 노벨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연구여건이 가장 좋다는 포항공대도 외국대학에 비하면 하늘과 땅차이라고 할수 있는데 다른 대학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고 했다.심상철KAIST(한국과학기술원)원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기초과학에 대한국가적 투자가 전혀없고 과학자에 대한 연구여건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상을 운운하는것은 말이 안된다"이쯤되면 선진국진입을 노리는 한국이 여러 부문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두면서도 유독 노벨상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가 어느정도 드러난다. 기초과학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고 돈되는 프로젝트에 서둘러 투자하는 정부·과학자를 공무원으로 취급하고, 조급하게 연구성과만을 요구하는 관료적 분위기.거기에다 본격적인 기초과학연구가 시작된 70년대이후 지금까지 30여년에 불과한 짧은 역사,객관식 과제를 해결하는데 능숙한 주입식위주의 교육풍토도노벨상을 멀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최근들어 외국에서 힘들게 유치해온 과학자들이 하나둘 돌아가고, 첨단시설의 정부출연연구소를 버려두고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과학자들이줄을 잇는 것도 이같은 풍토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연구기관·개인의 삼위일체가 꼭 맞아들어야만 가능한 노벨상. 이를 위해, 또 과학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연구여건에 대한 전면적인대수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렇지만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발암물질 단백질라스의 3차원적 입체구조를 세계최초로 규명해 여러차례 노벨상후보에 추천된바 있는 미국 버클리대 김성호교수(57 생물리화학)가 한국인으로서 최초의 수상자로 탄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중간자를 볼수있는 특수한 방정식을 발표했던 프랑스 샤클레연구소의 노만규박사(59·핵물리학),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세포신호전달체계를 연구중인이서구박사(50), 액시온 입자이론을 발표했던 서울대 김진의교수(49)도 물망에 오르내리는 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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