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초엔고의 정치경제학

초엔고현상이 또다시 세계경제의 지축을 흔들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 3월초 전후 최저치인 달러당 95엔을 기록한후 연일 폭등을 거듭하여 최근에는 80엔대마저 붕괴시켰다.초엔고 즉 달러화 폭락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은 포성없는 경제전쟁을 지금진행중에 있다. 미·일 포괄경제협의가 지난주 워싱턴DC에서 개최되었지만 달러화의 급락을 저지하는 양국의 입장은 평행선만을 긋고 말았다. 엊그제 끝난G7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미·일 협의 평행선

미국은 그동안 일본과의 포괄경제협의에서 일본국내시장 접근, 자동차 및 부품의 대일수출의 구체적수량목표를 요구하였으나 별효험이 없이 협상만 지연되자 달러화의 무한폭락이라는 강공을 펴고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연간 2천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감축노력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의 초엔고현상을 몇가지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집약하고 있다. 멕시코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투자가들의 달러화에 대한 수요감퇴, 일본의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달러표시 자산매각, 일본해외기업들의 3월말 결산일에 맞춘 본국송금용 달러자산의 매각, 미연준의 금리하락징후등을 들고있다.70년대 초반 미국은 브레튼우즈 고정환율제를 파기하였다. 그 이후 달러화는가치면에서 줄곧 하락하고 있다.

왜 그러한가.원론적으로 미국경제력이 세계에서 약화됨으로써 세계경제를이끌어 가던 단일기관차로서의 역할이 크게 감소되었기 때문이다.막강 미경제력 약화

60년대초 미국은 세계생산고의절반을 차지하였고 동서냉전체제아래서 자유세계에 대한 안보우산을 혼자 펴들고 있었다. 따라서 달러화는 안정성 프리미엄까지 가세되어 국제기축통화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수 있었다. 그러나지금은 미국의 GDP가 세계생산고의 20%에 불과하고, 미국의 수출은 전세계 수출의 14%에 불과하다. 동서냉전체제의 와해로 달러화의 안보프리미엄마저 실종됐다.

달러화는 그동안 누려온 기축통화로서 누렸던 관성에 힘입어 세계각국 외환보유고의 60%, 금융자산의 50%, 무역결제통화의 70%를 차지하는 등 지금 과대위상을 지니고 있다. 최근 달러화 폭락은 달러화가 자기실력에 맞는 현주소로찾아간다고 볼 수 있다.달러화의 약세화는 엔화의 마르크화의 강세와 맞물려국제금융질서는 이제 3극체제로 굴러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제통화질서는3개의 기축통화 사이에 불협화음과 마찰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불안정 구조를띨수 밖에 없다.

초엔고의 국제통화 불안 속에서도 미국의 정치 경제적 계산은 달러화의 폭락으로 일본이 그동안 애써 이룩한 대미 자본투자 가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고미국의 대일본 투자 가치를 급등시키자는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85년 G7플라자 합의이후 3년여만에 엔화는 1백%나 절상되었으나 일본의 대미흑자는 그후 줄곧 기록을 경신했다. 나아가서 일본은 노동집약형 업종들을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이전한후 제2세대 아시아 신흥공업국을 창출했고 드디어 중국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EU와 NAFTA에 필적하기 위한 사실상의'엔블록'을 만들었다.

신대동아공영권 경계

최근의 초엔고는 일본의 첨단제품으로 하여금 세계적 초일류화를 지향케 만들고 30년대의 대동아공영권을 드디어 완성케 하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과의 거래에서 일본은 엔화결제를 이미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에 일어난 3차례의 엔고는 우리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찾아와숨통을 터 주었다. 이번의 초엔고는 우리의 수출을 촉진시키지마는 올해 우리의 무역적자를 1백억 달러이상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 같다. 초엔고를계기로 일본이 설계하는신판 대동아공영권에 우리경제가 함몰되지 않도록 자본재와 부품의 국산화에 근원적 대책을 세우고 우리는 즉시 실천하지 않으면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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