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보 검열 반드시 필요한가

'정보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수 있고 그 부작용으로 인한'검열'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컴퓨터통신의 음란물및 불건전정보를 심의하기 위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난 13일발족됐다. 위원회는 모두 16개항의 심의기준을 마련하고,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위원회의 설립배경에는 포르노및 불법정보의 확산이 위험수위에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담당자및 심의위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애써 올린 정보를 제어하는 것이 옳을까.컴퓨터에 어느정도 숙달된 사용자라면 세계최대의 컴퓨터통신망 인터네트에서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등 도색잡지코너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래도 전나의 미인이 등장하는 이들 코너는 점잖은 편에 속하고,각종뉴스그룹에는 목불인견의 포르노그래피가 부지기수다.

사회적으로 성문제를 터부시하는 한국의 사용자들이 이 뉴스그룹들을 가장애용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인터네트가 아니더라도 국내통신망에서도 갖가지 과격한 정치구호나 전도된 사상, 음담패설, 비어등이 범람하는 실정이다.

청소년은 물론 누구나 이같은 정보를 컴퓨터로 쉽게 쉽게 볼수 있고, 저장했다 출력해볼수 있다.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이 사이버스페이스의 위력(?)이다.

우리나라만 법석을 떠는 것은 아니다. 섹스천국이라는 미국도 통신망의 포르노및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통신에티켓법률이 상원통과를 앞두고 있어 미국도 온라인 음란물에 대한 규제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대국인 미국이 검열을 합법화하게 되면 전세계 통신인들은 검열관앞에 발가벗기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포르노는 어떠한 형태로든 추방되어야 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범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컴퓨터통신망의 역기능만을부각시켜 검열을 정당화할수는 없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사용자들은 '지식의 바다'인 통신망을 자유롭게 항해하면서 갖가지 정보를훑어보고, 비밀이 보장된 전자메일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또 남들이 들어주든 그렇지 않든 자기만의 주장을 할수 있는 것도 통신만의 장점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는 통제기관이 없기 때문에 완벽한 언론자유를 누려왔고,이를 향유해 왔다는 것이 통신인의 긍지였다.

검열은 정보왜곡및 정보종속을 가져올수도 있어 그만큼 위험하다. 올들어 국내최대의 통신망 하이텔의 게시판에 올려진 25만9천여건의 정보가운데 5.9%에달하는 1만5천여건이 삭제됐다. 비윤리적인 글이 엄청나게 올라왔다는 얘기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규제도 대단했다는 반증임을 알수 있다. 관료적 잣대에의해 마구잡이로 글을 자르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르는 것도 이때문이다.공연심의윤리위원회가 별다른 기준없이 가위질을 하는 바람에 영화계의 창작의욕을 떨어뜨리고 영화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귀에 담아들을 만하다.정보윤리위원회의 활동개시에 즈음하여 '지식'과 '윤리'에 대한 균형감각을 한번쯤 음미해 볼만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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