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98)

황금호텔이 바로 길 건너에 있다. 지하실 입구가 보인다.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순옥이가 출근할 시간쯤이다. 업소로 가보고 싶다. 지금 문지기는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뭘 꾸물거려. 들어오지 않구"

기요가 내 팔을 친다. 나는 업소에서 눈길을 거둔다. 커피점 앞이다. 내가업소에 있을 때, 커피점이 없었다. 이 자리는 구멍가게였다. 돋보기 낀 할아버지가 주인이었다. 늘 라디오 리시버를 귀에 꽂고 있었다. 손님이 불러도 얼른알아듣지 못했다. -날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들으세요. 손님이 물었다. 목사님설교 테이프라고 할아버지가 대답했다.-목사님이 할아버지를 천당에 보내준답니까? 손님이 다시 물었다. 목사님이 아니고 주님이 판결하지, 하고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나를 좋아했다. 돈을 셈하지 못하는 나를 두고, 배우지 마, 돈은 더러워 하고 할아버지가 말했다. -마두 넌 착해. 주님은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돼야 천당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성경에 분명히 그렇게쓰여 있어. 넌 마음이 어린아이 같으니 천당행 차표를 벌써 가진거야. 넌 주님만이 알아보는 차표를 마음에 붙이고 있어. 그 마음이 변하면 안돼. 똑똑한 사람들의 멸시를 받을수록, 그 차표는 영광을 더 하지. 할아버지가 말했다.그 어둑신한 구멍가게는 없어졌다. 커피전문점이 되었다. 실내가 밝다. 깨끗하다. 차탁자와 의자는 철제다. 다리가 곡선이고 가늘다. 음악이 톡톡 튀고 있다. 김강모의 '잘못된 이별'이다. 젊은이들로 적당히 붐빈다. 쌍쌍도 눈에 띈다. 나는 노경주를 찾는다. 그녀가 등을보이고 앉아있다. 혼자다. 무엇인가먹고있다.

"마두, 아니, 시우 데려왔수다"

기요가 노경주에게 말한다.

"시우씨, 오랜만이예요"

노경주가 의자에서 일어난다. 샌드위치를 들고 있다. 유리탁자에는 커피잔이있다. 나는 그냥 웃고 서 있다. 노경주가 내게 앉으라고 말한다. 점심을 굶어배가 고파 먼저 먹는다고 말한다. 기요와 나는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노경주는 쥐색 마이를 입고 있다. 검정색 목 긴 셔츠를 입었다.

"제가 흥부식당으로 찾아간 것 시우씬 모르죠? 일요일에 가니 아줌마 딸애와연변댁이 도시락 싸서 소풍갔답디다. 두번째 찾아가니 종성시 주먹패가 시우씨를 데려갔다더군요"

노경주가 말한다.

"우리가 마두를 데려왔수다. 주먹패? 주먹은 잘 쓸줄 몰라도, 칼은 제법 다룰줄 알지"

기요가 젠척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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