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잇단 대참사 국제화는 구두선

"오늘은 정말 슬픈날. 좀더 신중하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대구시 달서구상인동 가스폭발참사와 관련, 컴퓨터통신인 하이텔과 천리안에는 정부당국의 행정에 대한 강한 불신과 자조감등 각종 여론이 쏟아져 들어왔다.

ID를 CAMSMEN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올해는 몇번이나 이런 고통을 겪어야하는지… 소잃고 외양간고친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정부 관계자는신속히 대책을 마련하여 사고수습을 할 것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아현동사고때는 이런 말 안했던가"라고 말했다.또 "통상산업부에서는 지난번아현동 가스폭발사고때 중앙안전점검반을 구성해 감시하겠다고 하면서 차관을 책임자로 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이번에는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미국에서 폭탄테러로 사람이 죽고 일본에서도 독가스로 사람이 죽었다던데우리도 사이죽어야 국제화라고 생각해서 그러는지…"라는 빈정거림도 있었다."외국의 인명피해사고는 열심히 보도하면서 우리 방송은 왜 그렇게보도에인색한지 모르겠다"며 "사고원인을 철저히 파헤쳐 불쌍한 하위직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지말고 고위공무원의 책임소재를 규명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제시됐다.

한 통신자는 "지금 여러분이 계시는 주변은 안전한가요? 우연찮게도 육상(철도) 항공(비행기) 해상(여객선) 강상(교량)에 이어 이번엔 지하철공사장에서까지…사고백화점이나 사고공화국이라 불러야겠군요"라고 조소했다."시간이 백년이 걸리더라도 돈이 아무리 더 들더라도 국민이 믿고 생활할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을구축해 주세요… 정부고관,건설업자 들…"이라는 호소반 비아냥 반의 내용도 있었다.

또 "정부는 주차위반 과태료와 6만원짜리 벌금들만 국민들에게 먹일줄 알지,많은 세금 거둬서 무엇을 국민들에게 해 주는가"고 반문하기도 했다.사고상황과 관련,"사고직후 119구급대와 소방차들이 긴급출동했으나 일부자가용운전자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았을뿐 아니라 오히려 끼어들기도 했다"며비뚤어진 시민의식을 꾸짖는 것도 있었다.

…공보처,MBC,KBS등 방송정책담당부처와 방송사등에는 대구지역을 비롯,대구에 친지를 두고있거나사고소식을 궁금해하는 각지로부터 "왜 생중계를 하지않느냐"는 시민들의 항의전화및 팩스가 쇄도.시민들은 "성수대교사건등은평일에도 불구 하루종일TV방송사들이 낮방송까지하며 생중계를 하지않았느냐"며 "대구시민들의 죽음은 죽음도 아니냐"라고까지 하며 분노했다는것.방송은 최대 장점인 속보성을 살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을 뿐 아니라 지역민의 관심사를 외면한 것이다. 시민들은"전국 방송이 아니라도 지역민들을 위해 사고현장을 생중계했어야 했다"며 사고현장 생중계등 엄청난 방송시간을 쏟아부었던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거론했다. 이에대해 지역방송 관계자들은 "정규방송에 이어 사고현장 생중계를 하는 것이가장 이상적이었다"고 인정하는 태도.

그러나 성수대교 붕괴당시 호들갑을 떨던 방송사들이 훨씬 피해가 큰 사고에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서울공화국'에 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고 시민들은 꼬집었다.

이에대해 공보처 고위관계자는 "평일 낮방송을 하기위해서는 공보처 방송지원과의 사전승인이 있어야한다"고 전제,"MBC는 이날 오후 2시50분경 팩스로오후3시부터 30분간,KBS는 2시 54분부터 3시3분까지 13분간,SBS의 경우는 정규방송시작시간보다 10분 앞당긴 5시20분부터 사고뉴스를 보도하겠다고 연락이와 승인해 줬다"고 옹색한 설명.

이에대해 방송사 기자들은 "이같은 사건사고보도를 평일낮방송으로까지 보도하는것을 '위'(청와대)에서 별로 좋아하지않는다"고 한목소리로 밝혀 이같은 정부입장에다 방송사측의 '알아서 기는'행태가 조화를 이룬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지적. 즉 연이어 터진 대형사고로 '사고공화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정부의 이미지악화를 막고 4대 지방선거의 악영향을 의식한 방송사의 생중계 포기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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