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9명 희생자낸 영남중학생 절규

졸지에 쌍둥이형제등 41명의 제자와 1명의 선생님을 잃고 21명의 부상자를낸 대구영남중학교(교장 이길우)는 사고현장에서 불과 20m거리에 위치,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려 8시 주번조회 시간에 맞추기위해 학교를 향해 종종걸음으로지하철 공사장위를 걷고있는 순간 날벼락을 맞았다.임시휴교로 학생들이 빠져나간 텅빈 교정에 조기가 걸리고 현관에 쓰여진 "우리는 밝고 고운 마음을 지닌 착한 학생이 된다"라는 구절의 '우리의 다짐'이쓸쓸하게만 보였다.

이 학교 2학년 한 학생은 "왜 번번이 어른들의 실수로 수많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겁니까""우린 지하철을 바라지 않습니다"며 눈물을 터뜨려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한 학생은 "우리나라 어른들은 너무 무책임 합니다. 평상시에는 누구 한사람그림자도 보이지 않다가 꼭 사고가 터지니 정치인·공무원·경찰관등이 너도나도 얼굴만 내비치고 있다"며 원망을 던졌다.

한발 빨리 등교해 위기를 모면한 영남학교학생들은 27일 오후 친구들과 나눴던 "내일 보자"던 인사말을 떠 올리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폭음에 놀란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서 도망가 집안에 하루종일 숨어버려 이날밤 늦게까지 실종자로 분류돼 부모와 담임선생님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가장 많은 제자를 잃은 2학년8반 담임 하종서교사(34)는 "학부모들과 제자들에게 죽을 죄를지은것 같아 할 말이 없습니다"라며 말꼬리를 흐리고는 다시병원으로 향했다.

영남중은 영남고와 병설학교. 고교생의 피해가 없었던 것은 등교시간이 오전7시30분으로 중학생 8시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여러 제자들과 운명을 함께한이종수교사(수학·3학년8반담임)는 주번교사로 학생들 등교시간에 맞춰 출근하다가 변을 당했다.

영남중은 지난 90년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서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70으로이전했으며 올해로 개교60주년을 맞고 다음달 13일 학교설립자 동상제막식과문예활동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할 계획이었다.

영남중은 28일에 이어 29일에도 임시휴교,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교내에 설치하고 장례를 학교장으로치르기위한 절차와 학생들의 애도식 참가등의 문제를논의 하기로 했다.

한편 영남중은 1·2·3학년 각각 10학급씩 전교생 1천6백17명이며 황병태 주중대사를 비롯해 김한규,서훈,김해석의원등이 졸업한 학교이다.이번 사고의 전체 사망자 1백1명 가운데 49명,부상자 1백81명 가운데 42명이중·고생들이어서 슬픔이 더 크고 쉽게 아물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일 수 밖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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