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9

제4장 산 넘어 산으로 (23)여종업원이 다가온다. 넌 우유 마셔, 하고 기요가 내게 말한다. 자기는 커피를 주문한다.

"댁네가 칼솜씨는 있든 말든, 시우씨가 고향 잃은 장애자인 줄은 알고 계시죠"

노경주가 기요에게 묻는다. 샌드위치 조각을 마지막으로 입에 넣는다."어차피 우린 고향 떠나 살고 있는 몸 아뇨. 나나 마두나, 장애를 따져두 그렇지. 밤을 무대로 놀고 있는 건달들이 어디 정상인이겠수?""그래두 댁네는 일년에 한두번쯤 고향을 찾거나 식구를 만나겠죠. 그런데 시우씨는 고향 떠난후 한번도 고향에 못갔어요. 혼자 찾아가기도 힘들테지만, 고향을 언제 떠난지도 햇수를 헤아리지 못해요. 시우씨와 함께 생활한담 동지 입장에서라도 그 정도 도움을 줄수 있잖아요"

노경주가 핸드백을 연다.

"그래서?"

기요의 말투가 시비조다. 나는 겁이 난다. 기요가 노경주를 칠 것만 같다.기요의 눈매가 사나워진다.

"왜, 제 말이 틀렸나요"

노경주가 기요에게 묻는다. 태도가 당당하다.

"누구한데 뭘 따져. 마두 고향에 못간게 우리 책임이야? 쌍판을 확 그어버릴까부다"

기요의 말투가 거칠다. 왼쪽 발을 오른쪽 허벅지에 얹는다. 기요가 담배를꺼내문다. 라이터로 불을 당긴다. 나는 기요의 왼쪽 발을 본다. 식구들은 왼쪽발 양말에 회칼을 꽂고 다닌다. 기요가 오른손을 왼쪽 발목에 얹는다. 기요가회칼을 뽑을 것만 같다. 나는 조마조마하다.

"키유, 그, 그러지마. 누나는 조, 좋은 분이셔. 내 거기 있을 때…"나는 말문이 막힌다. 울상이 된다. 노경주가 빨리 자리를 피했으면 싶다. 아니다. 기요가 성깔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노경주가 가버리면 서운하다."쌍판을 긋다니? 당신네들은 아무한테나 쌍판을 그어요? 칼로 쌍판이나 긋는사람들이에요? 당신네들도 이 사회 구성원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를 차릴 줄은알아야지요. 거리를 활보하고 나다니려면 말예요"

노경주가 기요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녀는 쬐그만 여자다.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오는지 알수 없다. 할머니는 작은 고추가 맵다고 말했다."정말 이거 심지에 불 당겨. 못생긴 쌍판 그을 것도 없구. 니노지에 말뚝을박아버릴까부다. 너 오늘 잘 만났어. 성하게 꺼지긴 튼줄 알아"기요가 점퍼 윗도리를 벗어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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