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참사 사법처리 전망〉

땅·하늘·바다에 이어 지하에서 끔찍한 참사가 터졌다. 그동안의 대형사고처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도시가스폭발도 예견된 '인재'였다.도시가스관이 묻힌 사실을 무시하고 천공작업을 하다 땅속 가스관을 파손시켜 엄청난 양의 가스가 누출됐다. 새어 나온 가스는 인위적으로 깨진 오수관을통해 지하철공사장으로 흘러 들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훨씬전 가스냄새가 나는등 가스유출이 감지됐으나 참사를 막지 못했다.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대형참사가 앞으로 계속된다는데 있다. 경북대 박문호교수(토목공학)는 "땅속매장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상황에서는 가스관을 비롯 전력선 전화선(광케이블) 상·하수도관등 지하에서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땅밑이 불안하다는 얘기다.

지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은 우선 땅속을 전혀 모른다는데서 연유한다. 박교수는 "지하매설물도가 아예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20년전에 묻힌 매설물은 도면에 없고 도면과 다르게 묻힌 매설물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김수호 대구시지하철건설본부장은 "시공업체들이 가스관등을 매설하다 암반상·하수도관등 장애물이 생기면 설계도와 달리 엉뚱한 곳에 가스관을 묻는 일이 적지 않다"며 "지하매설물도를 보고 지하철공사를 하다 낭패를 본 경우가한두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민간건설업체와 공공기관들은 지하매설물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않은채 마구잡이로 땅속을 파헤치고있다.가스안전공사등 지하매설물을 관리하는기관들과 협의도 제대로 않는다. (주)표준개발도 가스관이 묻힌 사실을 제대로모른 상태에서 달서구청에 알리지도 않고 천공작업을 하다 참사를 빚었다.대구시내 땅속엔 도시가스관 약2천2백83㎞(도로5백87㎞ 아파트단지1천6백96㎞)가 깔려 있다. 지난해 도로굴착 허가건수만 1천1백70여건. 대형건물 공사장의 터파기와 지하철 1호선공사(연장 28·3㎞)까지 합치면 땅속을 파헤치는 횟수가 연간 수천회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언제 어디서 가스관을 깨뜨려 제2의 폭발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결코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실제 사흘에 한건꼴로 가스폭발사고가 터지고 있다.영남대 권혁문교수(도로공학)는 "이번사고로 봐서 우리는 결코 선진국이 아니다"며 "지하매설물에 대한 정확한 사전정보없이 무턱대고 땅속을 파헤쳤다가는 후진국형 사고를 피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토목전문가들은 정확한 지하매설물에 대한 정확한도면 작성과 데이터베이스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공자와 관련기관 직원,감독해야하는 공무원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얼렁뚱땅' 일을 계속하면 죄없는 목숨이 희생되는 참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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