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위직 수사에 본격 대비

○…합동수사본부장인 이승구 대구지검특수부장은 수사결과에 따른 국민감정과 법논리사이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이부장은 "엄격한 법논리를 좇다보면 수사결과가 국민감정과는 동떨어지게나올수도 있다"며 어떻게 접점을 찾아야할지 걱정이 되는 눈치.그렇지만 국민감정만을 의식해 무리한 기소는 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3일간의 밤샘수사로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는 검경합동수사반은 30일 밤11시쯤 가스폭발사고 관련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서도 고위직인사를 대상으로 펼쳐질 본격수사에 대비.

직원들은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참사에 대한 수사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유족을 위로하는 뜻에서도 적극적 수사를 펴겠다"는 각오.○…1일 새벽 3시 가스폭발사고 관련자 5명에 대한 구속이 집행된 대구달서경찰서 형사과는 폭풍후의 고요처럼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구속된 인사들은 눈을 꼭 감고 고개를 푹 숙인채 유치장으로 인도됐는데 한직원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같다"며 "이들은 조사를 받을때부터 구속을 각오한 듯 착잡한 표정이었다"고 전달.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가스폭발사고 현장에는 각계에서 도착한 온정의 손길이 사고가 할퀴고 간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각 동의 새마을부녀회, 인근아파트 부녀회, 소방대와 각회사 자원봉사대는아침 일찍부터 사고현장에 나와 복구반원과 구조단원들에게 국밥을 제공하고컵라면과 커피를 끓여주는등 쌓여있는 구호품상자만큼이나 가득찬 인정을 보였다.

한 부녀회 자원봉사자는 "살아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이 정도 일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웃음짓기도.

…사고 수습 나흘째를 맞아 사고 현장 주변의 건물주들이 나와 그때의 참혹했던 현장을 되새기며 건물을 둘러보는 모습.

일부 건물주들은 혹시나 피해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으로피해상황을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복공판이 건물 옥상을내려찍어 생긴 구멍을 올려다보며 건물주 권모씨(45)는 "목숨을 잃은 사람이 너무 많아 아직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인근 건물피해에 대한 보상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의 주원인으로 밝혀졌던 구멍난 1백㎜ 도시가스관이 지난달 30일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의해 증거물로 제출되기 위해 절단됐다.검경수사본부는 이날 파이프 절단기를 동원 표준개발측이 천공한 도시가스관을 길이 약 50㎝가량 절단한 후 증거물로 수거했다.

절단작업을 하는 관계자들은 행여나 가스가 남아있지 않을까 작업중 주위의담뱃불까지 모두 끄게하며 조심하는 모습.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미리 저런 식으로 조심했더라면 1백명의 목숨을 그렇듯 허무하게 앗아가진 않았을텐데"라며 수군거리기도.

…가스폭발사고 나흘째를 맞으면서 사고대책본부측은 하루 평균 4백여명의인원을 비롯해 크레인 16대, 양수기 19대를 동원해 복구작업에 박차.이날 치워진 121번 버스속에서 새카맣게 타버린 피해자들의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그날의 참사를 웅변하기도.

복구작업에 나선 한 근로자는 "계속되는 야간작업으로 모든 사람들이 너무지쳐있어 안전사고가 날까 두렵다"고 토로.

…지난달 30일 있었던 영남중학교 사망학생의 장례식에는 말못할 눈물겨운사연들이 속속들이 쏟아져 나와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사고로 아들이 죽던 날이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49제였던1학년4반 손병광군의 어머니는 남편과 외동아들을 잃은 슬픔에 지쳐 이제는 눈물도 나지않는 마른 울음만 삼키는 모습.

한 친척은 "남편이 죽었을 때만 해도 아들 하나 믿고 견딜수 있었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사고 당일에 5분대기조를 출동시켜 14명의 사상자를 찾아냈던 육군 50사단 8251부대는 후속복구지원병력 6백50명과 앰뷸런스 8대등을 동원해 주변정리와 피해복구를 펴는 모습.

장의차량에 사용할 수있도록 앰뷸런스 11대도 대기시켜 놓고 내무부장관으로부터 받은 격려금 1백만원마저 성금으로 기탁.

장병 2백80명은 또 사고당일 적십자 혈액원을 찾아 헌혈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고 4일째를 맞은 1일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유가족들은 대부분 4일장을 기피, 2일로 장례를 미룸에 따라 대구시립화장관리소는 한산한 모습.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희생자의 시신은 37구인데 이중 화장으로 장례를치를 19구중 3구만이 1일 처리되며 나머지는 5일장인 2일 화장될 예정.한편 한꺼번에 많은 시신을 처리하느라 곤욕을 치른 대구시립화장관리소 직원들은 지난달 30일 밤10시30분쯤 돼서야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시신을 처리.○…가스 폭발 참사 후 도시가스 누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돼과민 오인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30일 밤 9시10분쯤 대구 북구 노원3가2동 3공단 건영화물 앞 도로에서 종류를 알수 없는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소방서.대구도시가스 등 직원들이 출동하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이날 소동은 대구 북부수도사업소가 상수도관 매설 작업을 위해 굴착 공사를벌이다 지하 1.5┾에 지름 50㎝ 짜리 하수도관이 있는 줄 모르고 깨뜨려 공단지역에서 배출된 오폐수에서 나는 악취를 주민들이 도시가스 냄새로 오인해 빚어졌다.

대구도시가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가스 누출 신고가 폭발사고 이후 크게 늘어 종전 일주일에 한두건씩 걸려오던 신고가 참사 이후에는 하루 6~7건이나 들어오고 있으며, 그중 90% 이상이 가스 누출이 아닌 하수 냄새나 화공약품냄새라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가스폭발 사고 일반인 사망 또는 중상자 자녀와 중상 학생들에 대해서는 현재 재학중인 학교를 마칠 때까지 학비 전액을 감면해 주고,별도의 학비지원도 하기로 했다.

또 이번 사고로 숨진 영남중 이종수교사의 부인 최혜숙교사를 현재 근무하는경북 현흥국교에서 대구시내 국교로 전입받아 근무토록 조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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