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입영하던날

희붐한 새벽.군입대하는 조카를 혼자 보낼 수 없어 올케언니와나도 논산훈련소까지 동행을 했다. 차창밖엔 이별이 안타까운 부모형제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입대하는자식들은 애써 눈물을 감추는 모습이 보였다.

진달래며 개나리꽃은 만발하여 축하의 꽃다발을 전해주고 들판엔 부지런한농부들의 논갈이가 한창이었다. 서로 무어라 할 말도 잊은채 언니와 나는 상념에 젖고 조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마음이 여린 아이라 심장 뛰는 소리가들리는 듯하다.

코흘리개 어린애가 어느새 커서 남아의 행세를 하는가. 세월이 유수같다더니내 나이도 잊고 저희들 크는 모습만 본것 같다.

차는 어느새 대전을 지나 연무대를 스친다. 울컥 뜨거움이 치솟아올라 겨우속으로 삼켰다.드디어 훈련소앞, 입소시간까지는 두어시간 남아있어 점심도먹고 차한잔도 마셨다. 언니는 연신 주의할 것을 부탁하고 조카는 잘 알았다고답하는데 저도 처음 부모를 떠나는게 두려운지 손에 떨림이 있다. 연병장까지오면서 두루 구경도 하고 취사장, 목욕탕까지 보고나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그래 넌 잘할수 있을거다. 대한의 남아답게씩씩하고 건강한 모습이 돼다시 만나자. 필승" 내말은 고작 이것 뿐이었다. 안심하시라는 대대장님의 말씀이 있은후 입소할 아들들을 연병장에 모이게 하고는 미련없이 한쪽 모퉁이건물앞으로 이동을 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언니를 위로한답시고 따라간 내가 도리어 휘청대는건 왜일까. 눈물을 훔치며 자꾸 뒤돌아 보는언니의 팔짱을 끼고 우리는 또 올때의 그 길로 되돌아왔다. 차창에 기대 눈을감았다. 형형색색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어둑해진 도로엔 땅거미가지고 차량행렬이 길게 하품하며 누워있었다.

〈경주시 감포읍 팔조리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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