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중어머니 눈물의 호소

남편이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의 죽음은 가슴에 묻는다 했건만 이 어미의 마음 어찌 말로 다 형용하리오.자식 먼저 저승으로 보낸 부모님들의 마음,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이 죄많은 어미가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마는어떻게 땅속에 폭탄보다 더무서운 가스관이 매설되어 있는데도 옳은 도면 한장 없고,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뚫어 공사를 하고, 가스 누출 감지 장치나 원격개폐 밸브하나 없을 수 있습니까. 살이 떨리고 심장이 터집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됩니다. 절대 안되지요.땅을 치며 통곡하다 실신한 어머님, 자식의 이름을 부르다 지쳐 헛소리하는어머님, 학생들만 보면 손을 꼭잡고 놓을줄 모르는 어머님, 조문온 학생들에게자식에게 못다준 음료수·과자를 꼬깃꼬깃 호주머니에 자꾸만 넣어주시던 어머님, 학교 운동장과 교실을 돌며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어머님, 저승간 아들의시계를 차고 이 시계는 아직도 가건만 왜 내자식은 돌아올줄 모르냐하며 끝내참으시던 울음을 터뜨리던 그 아버님.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말이 마지막 말이 될줄이야. 이 엄청난 일을 어찌하리오.

영남의 아버님 어머님,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끔 우리 모두 파수꾼이 됩시다.

영남의 아버님 어머님, 힘을 잃지 마십시오. 먼저간 자식들 편안한 길 가게끔 명복을 빕시다.

아! 그러나 꽃피는 사월의 마지막날 아름다운 영령들이 한줌의 재되어 멀어져 가는 것을 어쩔거나.

박춘화〈영남중학교 어머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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