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아저씨, 요금이 더 나오더라도 지하철 공사길로 가지말고 골목길로 돌아 갑시다"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후 승객들이 택시운전사들에게 하는 말이란다.우리 사회의 불신이 어찌하여 이지경에 이르렀나 싶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하지만 이보다 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사고가 난 후 소위 나라를 책임진 자리에 있는 공직자들의 허둥대는 작태가 아닐까 싶다.
허둥지둥 공직자들
정부에서는 사태의 진상이 파악도 되기전에 국무총리와 내무장관을 급파하고, 당에서는 지역구의원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서둘러 구성, 유족과 부상자 위로와 민심수습에 나섰다.
그리고 이어 느닷없이 법적효력은 없다는 특별재해지구로 선포, 지금까지 곱지않은 눈으로 보던 TK본산을 초미의 관심지역으로 격상(?)시켰다.다음날 대통령이 방문, 피해자 보상과 복구에 해당업체나 행정기관의 재원이모자란다면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할테니 안심하라고 하자 유명기업체서는 앞다투어 거액의 성금을 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스케줄은 이번 지하철가스폭발사고 뿐만 아니라 해남비행기사고, 구포무궁화호열차사고, 위도페리호사고등 대형참사가 날때마다 보는 것이지만, 단 이틀만에이뤄진 정부와 정치권의 발빠른 행보에 가슴뿌듯하게 생각할시민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발빠른 행보 이면에는 눈앞의 4대지방선거와 내년의 총선이있기 때문임을 아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우리의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생태는 아직도 어쩔 수 없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허탈감을 안겨줬다.선거걱정이 먼저
사고가 나자마자 그들은 '하필 이런시기에 대구서 사고가 날게뭐란 말인가''대구시장 당선이고 뭐고 물건너 갔다'는 탄식에 이어 당이 공천한 후보자로는어렵게 됐으니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부터 먼저 했다.야권 역시 여권비판의호재를 놓칠세라 '사고 공화국'의 관리능력부재로 야기된 참사라며 늘상하던 내각총사퇴를 요구하고 진상조사단을 파견, 실질적 사태 수습에 오히려 방해(?)를 한 것 또한 구태의연한 작태였지만 지방자치 원년의 민선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일부 후보자들의 반응 역시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전직 대구시장, 의원이었던 이들은 '현정부의 무능과 경영 미숙으로 인한 인재' '관리 행정의 원시성이 부른 참사' '관치행정 허점의 노출'이라며 사고를당한 시민을 걱정하기보다 자기선전에 바빠 이들이 양식있는 시장감인지를 의심나게 했다.
하지만 아는 시민은 다 알고 있다. 시장후보 당신이 시장자리에 있을 때도지하철공사는 그렇게 해왔고, 2개월짜리 시장은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었다는사실을.
결론적으로 말해 고위공직자와정치인들은 이번 지하철가스폭발사고의 심각성 자체 보다는 선거에 어떤 영향이 올까, 나의 자리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우선 이었고 그런 선상에서 대처해온 인상이 짙다는 말이다.그래서 보상금도 어느때보다 많이 주고 금융이나 세제혜택도 특별지원하는것인지 모른다.
'룰'깨지 말아야
그러나 보상금의 액수나 각종 혜택도 기존의 룰에 걸맞게 해야함은 현명한통치자의 기본원리이다. 공자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룰을 깨뜨리면 국민들은 믿지 않고 따르지 않게돼 더 큰 손해를 본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잇단 대형참사도 룰을 이랬다 저랬다 해온 역대 정권의 독선 때문에 상하의 믿음이 상실, 각 분야마다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현시점에선 어떤 선심이나 헛구호에 그칠 대책마련보다 사태의 진상을 바로 보는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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