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미래상 시민대토론회-요지

** 3일오후 대구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시민대토론회 첫날 행사에 3백여명의 시민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영남대 권기홍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토론회는 대구·경북지역의 발전전략에 대해 진지한 의견들이 교환됐다. 그러나 광범위한 주제를 짧은 시간에 다루다보니 '소화불량증세'가 나타나 흠으로지적됐다. 다음은 토론요지.▲권기홍 =국내외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 주제인 '자치시대,대구·경북의 미래상'에 대한 토론에 앞서 이에 대한 전제조건 내지 고려사항을 먼저 살펴보자.

한반도 중심지 부상

▲이재하(경북대 교수) = 국내에선 자치시대가 도래하고 남북교류와 통일에대한 전망이 가시화되는 등 사회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환황해경제권과 환동해경제권을 포괄하는 동북아경제권이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한반도가 동북아 지역의 물류·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박양호(국토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2020년까지 세계경제의 상승기조가 유지될 것이므로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회도 그만큼 많다. 특히 그 기회들이 동북아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따라서 이 기회를 대구·경북지역으로 이끌어오는것이 과제다.

▲박홍규(영남대 교수)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는 국가중심에서 지역이나 도시중심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자치시대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 무역과 국제교류도 지역및 도시중심으로 움직여야한다.

▲홍희흠(대구은행장)=기회도 대비가 있어야 온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뿐이다. 지방자치도 아무 준비가 없으면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권기홍 =급변하는 환경이 기회의 확대인 동시에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란얘긴데 대구·경북지역의 현주소는 어떤가. 먼저 발전잠재력부터 말해달라.▲최용호(경북대 교수)=우리 지역에는 4년제 대학 18개, 전문대학 20개 등인구의 20%가 학생일 정도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다 대구의 섬유,포항의 철강, 구미의 전자,달성의 자동차·기계 등 물적 기반도 있다.▲이재하=육상교통의 요충지여서 운송비 절감 등 공업입지 조건이 좋다.중추관리기능 없어

▲권기홍=그렇다면 발전의 장애요인은 없는지.

▲박양호=섬유산업 일변도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문제다. 기계공업 또한 영세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GRP가 전국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형편이다.▲최용호=대구·포항·구미·달성 등에 대규모 공장은 있으나 자금·무역 등중추관리기능은 없다.

▲홍희흠=섬유와 기계공업을 병행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이재하=세계화·국제화를 외치고 있으나 대구는 국제공항과 무역센터 등국제교류시설이 없어 세계로 나가는 문이 없는 셈이다. 고속전철이 개통될 경우 대구는 중간기착지여서 미약한 중추관리기능마저 서울과 부산으로 뺏길 가능성도 높다.

▲박홍규 = 지역에 대학이 많다고 하나 세계화· 국제화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 지역의 기능공부족현상도 이지역이 기능인력 교육체계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김덕일(대구시의원)=매년 지하철에 4천억원,도로건설에 3천억원 등 대구시예산의 3분의 1인 7천억원을 투입해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화산업 육성해야

▲권기홍=대구·경북지역의 미래상을 설정하기 위한 가치기준을 논의해보자.▲박홍규=주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방의 문제를 처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박양호=대구·경북이 환동해경제권에 함께 편입될 수 있도록 단일 경제권화 돼야한다. ▲이재하=섬유중심의 단일 업종을 탈피해 산업기능을 다원화할필요가 있다.

▲홍희흠=무한경쟁시대에 다양화만 추구하면 경쟁력을 잃기 쉽다. 전문성이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박양호=섬유산업은 고부가화하고 제2의 특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경북의중소도시는 특정부문의 산업으로 특화하는 것이 좋겠다.

▲최용호=풍부한 교육자원을 산업전력화하는 '대구·경북 테크노 벨트'를 만들어야 한다.

▲홍희흠=미래를 설계하는데는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돈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조달이 가능하나 사람은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포항공대 등 지역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문제다.▲권기홍=대구·경북의 구체적 미래상을 제시해보자.

▲이재하=대구는 국제적 다기능 도시로 육성돼야 하고 쾌적하고 안락한 도시로 가꾸어야 한다.

▲박양호=과거 경북의 중심은 대구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안동·영주지역은서울의 청량리역권으로,포항은 울산·부산으로,달성·고령은 마산·창원으로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대구의 미약한 중추관리기능때문에 구심력이 흔들리고있는 것이다.

재원마련책 아쉬워

▲권기홍=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의 구체적 실천방안은 무엇인가.▲홍희흠=아무리 장밋빛 청사진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난해지역 자금이 역외로 유출된 규모가 7조원이었다.게다가 이 지역에서 납부한의료보험·국민연금도 모두 서울로 가져가고 있다. 자치시대에는 이러한 점이개선돼야한다. 이 돈만 있어도 재원은 충분하다.

▲김정근(시민)=토론내용이 발전전략 일변도인 것같다. 건강한 시민의식교육없이 발전전략만 내세우면 배타적 이기주의에 의해 자치가 왜곡될 수도 있다.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자치교육이 중요하다. 시민참여의 제도화,자치의식의교육에 대해서도 논의해주었으면 좋겠다.

▲박홍규=곧 지방선거가 실시되는데 행정·재정문제에 대해 경영자적인 소양을 갖춘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 그러나 오는 6월선거에 출마한 사람중에 이런사람은 드물다. 그러므로 주민들의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

〈정리·조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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