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카이로스의 시간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이 보내는 시간 중 가장 가치있는 시간을 일러 '카이로스(KAIROS)'라 한다. 이런 카이로스의 시간은 통상 의미있는 일과 사람과의만남으로하여 일차적으로 빚어지며, 이로인해 우리들 일상적 시간이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질적인 변화를 꾀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예의 카이로스의 시간은 크고 멀리서 주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외려 끝없는 자기반조 내지는 인간과인간적 삶에 대한 경외심에서 발현될 수 있다. 시인에게 있어 시쓰기란 것도종국에는 이렇듯 진정한 시간을 경험하려는 노력에 다름아니며, 보다 가치있는카이로스의 시간을 발전적으로 확보코자 하는 일에 충분히 닿아 있다.최근 정부나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바 있는 '삶의질' 운운함은 우리의 과거사를 돌아볼 때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고래의 농본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에의 이행에 따른 단순 공작인의 삶을 힘겹게 이어온 우리에게 있어 '삶의질' 운운함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었으며, 이제 새로이 첨단의 문명사회를 맞았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아니, 순간의 일락과 무반성의 일상적 삶이 마치 지상의 척도인 양 지금 우리 사회는 휘청거리는 오후를 맞고 있다. 가치의 상실과 일과성에 따른 비극적 체험을 수시로 맞고 있다. 더욱이 삶의 가치니, 질이니 하는 말 자체가 거추장스럽고, 뿐만아니라 아연 무감각해져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러한 내부의적에 대한 뼈아픈 자기반역과 깨침이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우리 모두는 언제고 멈출 수밖에 없는 시계 하나씩을 품고 산다. 밤깊은 시계소리에 귀기울여 지금은 정녕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 때. 벌써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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