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해학 넘치는 풍속도를 방불케 하고, 우리민족의 느낌과 감회를 되새겨 보게하며, 한국인의 정감넘치는 이야기들을 감칠맛나게 엮은 책들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훈종씨가 엮은 이야기 모음집 '오사리 잡놈' '흥부의 작은 마누라' '김선달의 작은 마누라' '허풍쟁이와 바람쟁이'(한길사 펴냄) 4권은 정갈한 우리 고유의 생짜 말들의 보고로 한국적 정서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가볍고 통속적이고 획일화되고 국적불명의 외래풍 말이 횡행하고 있는 현 세태에서 이씨가 들려주고 있는 옛날 이야기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한국어'의 고향으로 돌아가게해준다. 이씨는 채집한 이야기보따리 속에 풀각시, 뼛골빠진다, 어리깍지동같다, 꽁지벌레심사, 개부심, 달공달공 씨공씨공, 씨돌이 김치, 깐깐오월 건들팔월등 꿈틀거리는 우리말들을 풀어놓는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 해먹었던 음식들, 사용해왔던 생활도구들, 생활 풍습들을 거기에 얽힌 정감넘치는 이야기와함께 소개하고 있다. 잣불켜기, 좀생이보기, 자맞춤, 성모듬, 골모듬, 남승도등 생활풍습과 봄철의 물쑥, 잔칫집에 온 손님이 지루하다고 미리 낸 신발벗김등의 음식 그리고 방아두레, 청올치, 비스리, 댕댕이넝쿨, 똬리, 오뚝이, 꾹꾹이, 띠살문, 두껍닫이, 치룽등 물건들이 소재가 된다.
이씨는 산업화의 바람과 각종 미디어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이제는 사라져버린 이야기문화, 특히 사랑방에 모여앉아 두런두런 늘어놓던 우리 선조들의 서로 얼굴 붉어지는 내밀한 이야기들에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능갈맞고 밉살스럽고 걸쭉한 입담은 봉이 김선달로 대표되는 잡놈들의 이야기에 많이 할애되고있으나 본받을 것 없는 엉뚱한 행동, 뛰어난 유머, 재치, 뱃심에 웃는 사람들은 자기도 그러겠다는 것이 아니라 익살과 괘사에 재미가 있어 웃는 것이다.한국인들의 지혜는 여기에 있다.잡놈들 얘기는 사실 한많은 우리들 한국인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버리게 해 준다. 저자는 '오사리 잡놈'의 유래를 밝히면서 오월 사리때 건져올린 새우들 틈에 심심치 않게 끼어있는 꼴뚜기·밴댕이·게새끼들같은 이야기들도 가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코가 크면 주먹만하고인절미가크면 짚신짝만하고 귀가크면 베개만하며 이가 크면 소만하다고들 하는데 음식 나눠먹는데 인색하면 눈꼽째기만큼 보내왔다고 하는 척도, 신토불이의 이 척도는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속에 형성된 익살과 인간미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씨는 서울 출신으로 건국대 교수를 역임한 후현재 우리문화연구원장으로 있으며 '민족생활어 사전'등의 저서를 낸 바 있다.〈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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