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 109

제5장 폐유와 휘발유③빈대아저씨가 내 옆구리를 가볍게 친다. 싱긋 웃는다.

"마두형이라고 불러, 너 선배셔"

빈대아저씨가 새앙쥐에게 말한다. 앞장 선 채리누나가 클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기요와 짱구도 안쪽으로 내처 걷는다. 안쪽은 파친코장이 있었다. 구슬튀는 소리, 구르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파친코장이 없어졌다. 그곳에서 노래소리가 흘러나온다. 흘러간 유행가다. 셋이 문을 밀고 들어간다. 홀안이 환하다. 앞쪽에 무대가 있다. 가라오케가 무대에 설치되어 있다. 노래방같다. 중년남자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구성진 가락이다. 내 고향에 봄은 가고서리도 찬데, 이 바닥에 정든 사람 어디로 갔나… 앞 벽엔 대형 스크린이 있다. 화면에는 서양 아가씨들이 모래톱에서 뛰어간다. 해수욕복 차림이다. 몸매가 늘씬하다.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이다. 푸른바다가 펼쳐져 있다."파친코장 어디 갔어?"

내가 기요에게 묻는다.

"전국 파친코장이 된서리를 맞았잖니. 단란주점으로 바뀌었어. 우리 식구들이 직접 운영하지. 예전만 못해도 수입은 짭짤해. 신종 룸살롱이거든"기요가 말한다. 홀에는 젊은 넥타이짜리들이 많다. 중년남자의 노래가 끝난다. 박수가 터진다. 구십점이야, 하고 누군가 외친다.

"육번 룸에 있어. 내 술 보내줄께"

채리누나가 우리를 보고 말한다. 기요와 짱구가 홀 뒤쪽으로 빠진다. 양쪽에룸이 있다. 둘이 룸으로 들어간다. 룸안은 조명도가 낮다. 클럽에도 룸이 있다. 그런 룸과 똑같다. 앞쪽에 가라오케가 있는 점만 다르다."오랜만에 몸 풀었더니 어찌 뻑적지근하다"

짱구가 의자에 앉으며 말한다. 주먹으로 어깨를 친다.

"요즘 신입들은 물 불을 안가려. 찍기는 그렇다치구, 찌르기는 왜 그렇게 휘둘러 대. 옆엣놈 기스내겠더라"

기요가 말한다. 그는 성지산 캠프장 훈련이야기를 한다. 짱구는 듣고만 있다. 문이 열린다. 웨이터가 술잔을 나른다. 상고머리 맘보다. 맘보는 클럽의웨이터였다. 이제 단란주점 웨이터이다. 맘보가 나를 보고 마두 너 안죽구 살아있었구나 하고 말한다. 맘보가 탁자에 술잔을 놓는다. 진토닉 한잔씩이다.팝콘 접시도 놓는다. 맘보가 나간다.

"너도 들어"

기요가 내게 말한다. 잔 세개가 부딪힌다. 둘이 한 모금씩 마신다. 나는 입만 대고 놓는다. 진토닉은 솔잎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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