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제자의 결혼식장에서

나는 대부분의 제자가여학생인데 이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노라면 감회가 새로울 때가 많다.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식장에 들어서는 신부를 보고 있노라면 이 녀석이 대학을 갓 입학했을 때의 철부지같던 모습, 연습을 게을리한다고 야단 맞으면서 훌쩍거리던 모습등이 떠오르면서 4년이란 세월동안 1주일에한번씩 만나 음악공부를 같이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이제 먼저 사랑을 주고 베풀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는 삶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신부를 보면서 괜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회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가족과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요즈음 세대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가족 구성원 간의 조화를 이루는 축복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는 현숙한 여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런 감회에 젖다가도 제자들이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그처럼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혼과 더불어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계속해 나갈여건이나 환경이 거의 안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워진다. 정열과 젊음으로 가득한 제자들이 결혼후 대부분 전공과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해나가는 모순에 무력감을 느끼며, 과연 대학에서의 공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허탈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갈등이 될 것인가하는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가 그 옆에 믿음직스럽게 서서 웃고 있는 새 삶의 동반자와 더불어 이러한 갈등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슬기롭게 풀어나가기를 기원하면서 예식장을 나선다. 그런데 왜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답답할까?

〈피아니스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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