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가스폭발 배상-대백의 긴 침묵

가스폭발사고이후 그룹차원의 배상을 하겠다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던 대구백화점이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나도록 침묵을 지키고있다. 이 긴침묵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일반의 궁금증이 쏠리고있다.대백의 현재 입장은 피해배상금을 몽땅 뒤집어쓰려니 너무 억울(?)하다는것. 그래서 대구시와 검찰에 따지고 싶지만 상대가 너무 크다. 또 잘못 따지다가 "뭘잘했다고 떠드느냐"는 식으로 '여론'이 달려들면 장독(백화점)깰까봐도겁난다. 이두가지가 지금 대백고민의 속사정.

이런 배경에서 볼때 5월1일 사과문 발표이후 입을 다문 대백의 태도는 최근 일고있는 사회단체들의 수사축소의문 제기나 표준개발 변호인의 가스유출양에 대한 의문제기에 한가닥 기대를 걸면서 처음과 달리 '최소한의 배상'을머리속에 그리고있지않느냐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일단 대백측은 최선의 보상카드로 기업이미지 손상을 줄이고, 내부적으로는 수사확대등을 통해 도시가스및 대구시와 함께 책임을 떠 맡으려는 '샅바잡기 신경전'이 침묵으로 나타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선거를 앞둔 대구시와 소매업이라는 백화점은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잘아는처지. 이들의 샅바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해를 입는 쪽은 유족이어서대구시민들은 '대구시의 무책임'과 '대백의 침묵'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백은 사고가 났을 당초 배상책임범위가 이처럼 확대되리라고는 생각하지않았다. 다만 '표준개발에 책임이 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비교적덜 무거운 마음으로 배상최선이라는 발표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의 구상권행사내용이 지불능력이 있는 업체가 배상금전액을지불하고, 그다음 그 업체가 나머지 배상책임이 있는 업체에게 다시 구상권을행사하는 식이 되자 대백은 배상금을 모두 뒤집어 써야할 판이 됐다. 사고책임이 가장 큰 표준개발은부도가 날 위험성이 있어 추후 구상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구시와 도시가스측은 현재까지 검찰의 무혐의수사로면죄부를 받아 '만세삼창'이다. 갑자기 대백은 벌판에 홀로선 기분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대백의 구정모사장이나 임원들은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조심스럽게 법적대응의 가능성이 흘러나왔고 "어떤식으로든 '완전책임'이냐 '법적대응'이냐하는 분명한 선택을 해야한다"는 내부의 소리도 나왔다.10일 건설 현장소장과 대백건설이사, 대백이사등 세명이 법원에 송치되면서 대구백화점은 고문 변호사인 배기원씨와 김승희씨를 이들의 변호사로 선임했다.

변호인측은 재판과정에서 수사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고 민법 제 757조의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도급인의 책임'과 달리 도급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대구시의해석에반박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하고있다.

지금까지 대구시민들은 대백에 돌을 던지지않고있다. 다만 대백의 확실한 의지 표명을 기대할뿐이다.

〈김순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