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해외여행의 붐이 크게 일고 보면 너나없이 얼마간 들뜬 마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비단 교통수단을 이용한 직접적인 여행이 아니고서도 글을 통한간접적인 여행 또한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족하다. 내게 있어훈자(Hunza)의 경우가 그러하다. 글을 접한지 꽤나 시간이 흘렀어도 좀체 잊히지 않는 한장의 흑백사진처럼 내 기억속의 훈자는, 한때 파키스탄 동북부에 위치한 지구상 가장 작은 독립국가였으나, 지금은 카슈미르주의 길깃(Gilgit)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하나의 우리로 말하자면 소읍에 지나지 않은 곳이다. 그곳 훈자는 우리가 흔히들 동경하는 젖과 꿀의 가나안 복지가 결코 아니라, 저히말라야 산맥을 뒤로 하고 깎아지른듯한 벼랑 끝에 세워진 험산준령의 하늘아래 첫동네란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살구꽃이 만발해 있고 달력과 이혼이 없는 나라, 여지껏 물물교환이 행해지는 나라, 월급과질병이 없는 나라, 어디 그 뿐인가. 감옥과 땅투기가 하나 없는 그 곳 훈자에있어 더욱 놀라운 것은,아흔이 넘었어도 우리의 아이를 낳고, 가파른 암벽을마치 산양처럼 뛰어다니는 그들만의 생활과 생활상에 있어서의 비의에 가까운미덕이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글쓴이의 미화된 면이 전적으로 배제될 수는 없겠지만, 당시 글을 읽은 나의 심서는 하나의 신선한 충격에 가까웠다.어쨌든 문제는 이러한 지구상의 훈자와 훈자인들만의 독특한 삶과, 삶의 이상이 어디서 오는가 하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문명사회와 절연된 천혜의 물적환경과 함께 그들만의 인적환경이 갖는 최대치의 이타심은 아닐까. 세상 사람들이여, 지구상 가장 큰 나라 훈자를 아는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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