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사라진 마이카

업무상 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형편이 여의치 않아 기약없이 미루기만 했던자동차를 아내와 의논끝에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부산의 동서에게 차를 신청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는 참인데뜻밖에 그앞서 청약했던 아파트가 당첨됐다. 그간 몇번 청약했지만 그때마다명단에 없길래 이번에도 기대를 하지않고 얼마있는 돈으로 차를 마련하려 했던것인데 막상 당첨되고보니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할 판이었다. 평소 아내는 진종일 이곳저곳 다니는 일때문에 많이 걸어야하는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살바기큰녀석이 "아빠, 우린 왜 차없어?"하고 투정을 부릴때면 뒷일 생각않고 당장 차를사고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던터라차와 집의 선택을 두고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어쩌랴. 차보다는 집이우리에겐 더 필요하기에 차를 취소하기로 했다. 빠듯한 수입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차를 살 필요가 없다는 상식적인 판단때문에였다. 내년 아파트 입주후 여유가 생기면 차를 마련하자는 내말에 아내도고개를 끄덕였지만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짐이 있거나 장거리출장땐 짜증이 날때도 있었지만 그대신 얼마간의 돈이라도 저축할 수 있었고 또 웬만큼 걸어도 끄떡하지 않는 튼튼한 다리를 유지할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차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자위해본다. 오랫동안의 뚜벅이(?) 외근생활을 마감해보던 소박한 바람은 무산돼버렸지만 내집마련이라는또하나의 결실에 뿌듯한 기쁨을 느낀다.

최정돌(대구시 달서구 송현2동 1920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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