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국도에서

가끔 자동차를 몰고 교외 국도를 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이 과거 나그네들이 걷던 그 길 아니었을까. 죽장에 삿갓을 쓰고터벅터벅 걷던 길. 가끔 도적을 만나 엽전을 털리기도 하고 범이나 승냥이를만나 줄행랑을 치던 그 길. 가끔 동행을 만나 서로 다른 방언으로 고장의 이야기를 주고 받던 길. 혹은 예를 논하거나 비분강개하며 나라일을 걱정하며 걷던길. 그러나 가도가도 끝없는 길.때로, 목이 말라 동구밖 우물가에서 물을 얻어먹기도 하였을 것이고 때로그 우물가에서 과년한 처자의 옆얼굴을 흘깃거렸을 지도 모르겠고 때로 날이저물어 하룻밤 청한 외딴집이 운좋게도 젊은 과부 혼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그 과부가 뱀이었을지도 정말 모르겠다.

때로 자동차를 몰고 교외 국도를 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이 과거 나그네들이 걷던 그 길 아니었을까. 그 길이 신작로가되고 아스팔트길이 되고 나는 그위를 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의 나그네가 아니다. 동행도 없고 풍경도 없다. 스치는 사람들은 그저 다 위험하다.다가오면 안돼. 빵빵. 난 빨리 갈 곳이 있어. 귀찮아. 저 차는 왜 저렇게 늦어. 저 차는 왜 또 저렇게 서둘러.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꾹 누른다.그러나 자동차를 몰고 국도를 달리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가는곳이 어딜까. 꼭 이렇게 서둘러야 하는 걸까. 어느 노래에서 말했지. 인생은나그네길이라고. 그렇다면 내 인생은 자동차 나그네길. 서둘러 서둘러 그곳만을 향해 가는.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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