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강건태 경제부장)---한국-'골리앗같은 다윗'

지금 일본과 미국간엔자동차전쟁이 붙어있다. 일제차에대한 미국의 보복관세, 이에 맞선 일본의 WTO제소등 초강경자세-힘겨루기는 이제부터로 보인다.같은 시기, 일본의 소비자단체가 포착한, 미국산 사과에 대량의 농약을 살포하는 충격적인 장면(일본 소비자잡지 3월호)을 다시 소개한 매일신문기사(5월18일자)가 보인다. 그다음날 한국의 36개민간단체가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수입식품 불매운동에 나섰다.잇단 통상 마찰

이 일련의 사태전개를 보면서 우리는 '일본의 이힘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것일까'하는 부러움과 함께 '우리의 이같은 왁자지껄한 항의가 얼마나 약효가 있을까'하는 회의감에 젖는다.

달포전 미국무성 초청으로 미국엘 갔었다. 소위 '쌀견학'이었다. 그곳 농무성에서 잠시 쌀개방에대한 논쟁이 붙었다. "쌀농사를 망치면 정권도 흔들린다는 이쪽 사정을 아느냐"그러나 그들은 천재지변조차도 정부의 실정탓으로 돌리는 한국적인 '쌀문화'에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

논쟁끝에 상대방은 "한국소비자단체에대한 정부지원이 있다는 증거를 갖고있다"고 반박해왔다. 해명불통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농림수산부의 과장이나계장에 불과한 이친구의 논리가 불쾌했지만 얄밉도록 똑똑한 그 '전문성'이오히려 부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캘리포니아의 한 도정공장간부의 질문은 더욱 우리를 뜨끔하게 했다. 대한쌀수출에는 아직 별다른 관심도 대책도 없다는 설명과 함께 북한의 쌀사정을물어온 것이었다.

이친구들 북한에 쌀팔아먹겠다는 속셈아닌가. 북-미핵협상이 완결되고 대사교환까지 성사되면 대북쌀장사는 물론 각종생필품의 대규모 바겐세일이 개시된다는 얘긴가. 코카콜라, 껌, 초콜릿, 청바지, 빵, 버터… 마치 6·25이후 쏟아진 '구제품'에 의식(의식)과 의식(의식)을 통째 내맡겼던 우리의 50,60년대처럼.

미국에서의 '쌀여행'은 무역개방, 세계화의 문턱에서, 상대는 하급관리들조차 시쳇말로 한국사정(정보)에'빠삭'한데 우리쪽은 관료든,기자든, 소비자단체든 이론무장·정보무장이 전혀 안돼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쌀시장 공략 치밀 준비

'칼로스'라는 쌀이름만 들었지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한 401 그리고 일미,국보(KOKUHO)같은 쌀은 눈으로 보고서야 알았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쌀은가늘고 길다란 롱그레인(Long Grain)이 아니라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나는 짧고통통한 미디엄그레인(Medium Grain 자포니카종)이란 사실,더구나 이렇게 개발된 쌀이 10여종이나 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바보처럼 돼버렸었다.우리의 농민들 소비자단체들은 이런 사정을 알까. 농림수산부는 알고서도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시카고 듀폴대학의 어느 한국인교수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난다. "곡물 사러온 한국의 농림수산부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사라고 실컷 충고해주면 엉뚱한때, 엉뚱한 값에,엉뚱한것 사놓고 휘파람불며 구경다니는식이지요" 본부(한국)에서 좌우지간 이미 입맞춰갖고 온걸 사야 뒷탈없고 책임없는것 아니냐는것이니 현지의 정보는 뒷전일수밖에 없다. 미국관리들을 만날때마다 미국은 '다윗같은골리앗'이었고 우리는 '골리앗같은 다윗'이었다.

국제관계의 힘의 원천은 해외정보와 경제전문가에서 나올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정보도 없고 설사 있다하더라도 그정보의 '공유'가 없는 한국,제대로된엑스퍼트(expert)도 없고 설사 있다하더라도 국제화에 무딘 전문가라면 무용지물이다.

메아리 없는 목소리

자유무역-'소비자의 선택'에 맡기자는 얄밉도록 이론정연한 미국의 반응에 '농민이 죽는다'는 식으로 목청만 높여온 우리의 대응은 그저 소득없는 '메아리'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보복관세에 대응하는 일본정부의 초강경,미국사과농장의 농약대량살포장면을 증거로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불매운동을 펴는 일본소비자단체의 힘에서 우리는 또한번 '다윗 같은 골리앗'을 느끼게된다. 적어도 이제수입식품에 관한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기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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