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작은 거인

며칠전 친척언니 한분이 우리집에 다녀가셨다. 중학생시절 그분을 뵌 기억이아스라이 남아있는데 무심히 세월만 흘렀는지 어느새 나는 40대중반 그리고 언니는 50대중반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언니는 1남4녀 가정의 둘째딸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고등학교를 마친후 가장의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돈을 빌려 시골에 조그마한 땅을 사서 젖소를 한두마리 기르는 일부터 시작하셨다 한다. 그때의 고생은 이루 말로다 할 수 없으며, 시집도 안간 젊은 여자가 그런 험한 일을 하는데 대해 악의에 찬 호기심과멸시의 눈초리도 받았다고 한다.이제 언니의 노력은 결실을맺어 경제적으로 기반을 잡고 형제들은 사회에서 나름대로 자기 몫을 하고 있으며, 곧은 성품을 지닌 언니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위치에 서게되었다.

언니가 난관을 극복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온 것은 장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존경스러운 것은 언니의 의연한 삶의 태도인데, 언니는 자신이 가족을 위해 희생적으로 살아왔다기 보다는 자신이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일을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하신다는 점이다. 그 분은 자신이 선택한 삶의 길에 보람을 느끼며 진정으로 감사해하신다.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한후 거기에집착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기대함으로써 사랑의 향기를 희석시키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구속하는 안타까운 경우들이 많음을 생각할 때, 언니의 삶의 자세가 더욱 자랑스러웠다.

언니의 작은 체구 그 어디에서 그런 거대한 힘이 우러나는 것일까. 언니가문득 작은 거인처럼 느껴졌다.

〈피아니스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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