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21)

"너 왜 땀 흘려? 덥냐? 무서운게로구나"짱구가 내게 말한다. 나는 정말 무섭다. 무엇인가 곧 폭발할 것만 같다. 식은땀이 난다. 무서워 울고 싶다. 왜 데모를 하는지 알 수 없다. 아버지 생각이난다. 아버지도 데모를 했다. 아버지는 경찰서로 끌려갔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노경주도 끌려갈 것이다. 나도 끌려갈는지 모른다. 업소는 여기서 멀지않다. 네거리 하나를 건너왔다. 나는 업소로 돌아가고 싶다. 여기에 오지 않은맘보가 부럽다. 순옥이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순옥이는 술을 너무 마셨다.지금쯤 자고 있을 것이다.

"자, 너도 들어"

기요가 내게 피켓을 내민다. 기요와 장구도 피켓을 가졌다. 판자 피켓에는종이가 붙어 있다. 무슨 글자가 씌어 있다. 머리띠도 나누어진다. 장구가 내머리에 띠를 짜매준다.

"너야말로 장애자 아냐. 오늘 실컷 스트레스 풀어"

짱구가 내게 말한다. 앞쪽에 빈대아저씨가 불끈 솟는다. 나는 깜짝 놀란다.빈대아저씨는 난쟁이다.누구인가 빈대아저씨를 목마 태웠다. 벌룸코형이다.빈대아저씨가 피켓을 흔든다. 우리도 인간이다, 하고 빈대아저씨가 외친다. 대학생패가 박수를 친다. 꽹과리가 자글자글 울린다.

앞쪽에서 고함소리가 터진다. 안경낀 중년남자가 사과궤짝 위에 선다. 오른팔이 없다.

"소외계층 버려두고 셰계화가 웬 말이냐!"

외팔이가 확성기로 외친다. 데모꾼들이 세계화가 웬말이냐, 하고 따라 외친다. 데모꾼들이 함성을 지른다. 피켓을 흔든다. 주먹쥔 손을 쳐든다. 북, 꽹과리, 징이 울려댄다. 사람들이 계속 모여든다.

"노점상 강제철거, 생존권 강탈이다!"

"철거반 폭력배 동원, 건설업체 수사하라!"

"삶의 질 추진 앞서, 장애자 대책부터!"

"복지입국 없이 선진입국 없다!"

외팔이가 구호를 계속 외친다. 데모꾼들의 침미도 드세진다. 빈대아저씨가유독 큰소리로 외친다. 우, 우, 하는 데모꾼의 함성이 터진다. 나는 외치지 않는다. 떨고 서 있다. 전경대원들이 외팔이 앞에 벽을 친다. 노경주는 보이지않는다. 나는 데모꾼에서 빠져 나가고 싶다. 빠져나갈 수가 없다. 우리 식구들이 기름을 짜고 있다.

"한약 처방 규제정책, 당국은 각성하라!"

시장 건너쪽에서 확성기 외침이 들린다. 그쪽도 데모꾼들이 계속 구호를 외친다. 전경대원들이 데모꾼을 막고 있다.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라!"

앞쪽에서 누가 외친다. 군청색 중년남자다. 앞쪽에 진을 친 대학생패가 전경대원들을 밀기 시작한다. 피켓으로 헬멧과 방패를 내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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