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란주점의 웨이터다. 단란주점에는 식구들이 많다. 채리누나가 영업을맡고 있다. 흥부식당의 인희엄마와 같다. 종업원을 지시하고 계산을 한다. 아니다. 주인은 따로 있다. 채리누나가 대신 맡고 있을 뿐이다. 손님들은 채리누나를 마담이라 부른다. 채리 누나는 바싹 말랐다. 눈이 크다. 부지런하다. 말이 없는 편이다. 혼자 있을 때는 조금 슬퍼보이는 얼굴이다. 룸의 손님 자리에도 더러 앉는다. 술을 적당히 마신다. 나는 채리누나가 취한 적을 보지 못했다. 골이 아파, 마두가 약 사올래, 하며 약을 시키는 적이 더러 있다. 그쯤이누나는 취했다. 나는 약국으로 가며 약 이름을 여러 번 외운다. 외우지 않으면잊어버린다.늦은 시간, 쌍침형이 단란주점으로 오기도 한다. 날마다 오지는 않는다. 채리 어딨어 하고 쌍침형이 내게 묻는다. 룸에 있어요 하고 나는 대답한다. 쌍침형은 룸으로 직접 가지는 않는다. 그냥 홀에 앉아 콜라를 시킨다. 내가 룸으로간다. 채리누나에게 형이 왔다고 말해준다. 채리누나가 나온다. 무슨 얘긴가한참하고 쌍침형은 돌아간다. 아직도 목발을 집고 다닌다. 카드놀이를 하러 가겠지, 하고 맘보가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맘보, 이것 빨리 삼백구호로 가져가, 하고 채리누나가 말할 적이 있었다. 누나는 계산기 서랍의 돈을 꺼냈다.은행봉투에 두툼히 담아주었다. 맘보가 그 돈을 날랐다. 판이 크던데, 하고 맘보가 돌아와서 말했다. 그런 돈을 맘보는 꽁지(노름판 뒷돈)라고 내게 말했다.주방에 일하는 식구는 필이엄마와 운신댁이다.운신댁은 쉰쯤된 나이이다.날이 채 어둡기 전에 출근한다. 퇴근은 자정 무렵이다. 필이 엄마는 마흔쯤된나이이다. 조금 늦게 출근한다. 운신댁보다 조금 빨리 퇴근한다. 그리고 맘보와 내가 있다. 호스테스가 많다. 단란주점만도 일곱이다. 성씨만 따져도 최,김, 서, 박, 허, 리, 문이다. 성씨가 모두 다르다. 예전에 본 얼굴은 최예란과김선화 뿐이다. 나머지 낯선 얼굴이다. 나는 호스테스의 얼굴은 금새 익혔다.얼굴과 이름을 함께 익히는 데는 한참 걸렸다. 며칠이 지나도 헷갈려, 실수를했다.
나이트클럽에는 호스테스들이 많다. 두손의 손가락을 몇번 꼽아야 한다. 나는 숫자를 대중없이 삼십, 오십하고 말하다 혼이 난 적이 많다. 어릴적부터 그랬다. 그래서 많을 땐 그냥 많다고만 말한다. 아주 많다, 많다, 조금많다 정도는 구별해서 쓴다. 중앙시장 네거리의 데모 때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단란주점의 룸이 꽉 찰 때는 클럽의 호스테스를 빌려 온다. 빌려오는 호스테스들이따로 정해져 있다. 순옥이도 그런 호스테스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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