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군의 역사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투쟁하고, 화전하는 사이클을 그리고 있다.종교적 신념과 인종적 반목, 정치적 견해에 의해 태어나는 반군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으며 '후퇴하는 역사'의 개연성을 인류에 던져주기도 한다. 말쑥하게차려입은 사라예보 여인이 저격병의 총에 맞아 길거리에 나뒹굴때, 하루저녁에비무장한 수천명의 후투족 난민이 학살당할때, 우리는 진보하는 역사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왜 인류는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를 반복해야 하는가. 무엇이 피흘리며 죽어가는 인명보다 선행되는가.
현재 전세계 50여개 반군이 정부에 맞서 무장투쟁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한해에 50만명이 희생되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각국 내전에 대한 이해가 전세계 정치흐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이중 16개국의 반군과 기타 반정부 투쟁세력을 살펴봄으로써 지구촌 분쟁의 뿌리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투기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의 계속적인 유엔안전지대 포격에 대한 응징조치로 세르비아거점 부근의 무기 및 탄약 저장소를 공습했다. 세르비아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보스니아 동부 투즐라시를 포격, 최소한 65명이 숨졌으며 유엔군 포로를 공습목표물에 묶어놓고나토공습에 대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 보스니아내전이 전면전으로 치닫는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칸반도의 화약고'유고에서 40%에 이르는 이슬람교도와 32%의 세르비아인,18%의 크로아티아인으로 구성된 다민족 공화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바로 뇌관에 해당했다. 지난 92년 2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인들이 보이콧한 가운데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는 독립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 99·4%라는 압도적 지지속에 보스니아는 독립을 선포했다. 세르비아가 주도하는 유고연방군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대한 포위공격을 시작했고, 곧 보스니아 내전의 발발을 의미했다. 지난해 8월 세르비아공화국이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와의관계단절을 선언한 뒤 보스니아내전을 이슬람정부군과 세르비아반군과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친 개'로 묘사되는 세르비아반군은 이제비극적인 '인종청소'의 주범으로 전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역사적으로도 세르비아와 이슬람계는 서로 반목할 수밖에 없었다. 14세기경오스만터키로 대표되는 이슬람세력과의 전쟁에서패한 세르비아는 4백년간의혹독한 핍박을 경험했다. 청년들은 군에 징집되어 죽어가고 지식인은 형장의이슬로 사라졌으며 일반인은 이슬람교도들의 노예로 전락했다. 그러한 세르비아인들에게 이슬람세력 주도의 보스니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또 다시 노예로의 전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면전 개시 1년만에 보스니아영토의 70%가량을 차지한 보스니아내 세르비아반군은 이슬람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시작했다. 4백년간의 원한을 풀려는듯 사라예보를 에워싸고 있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는 시가지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이슬람교도들을 몰살했다.보스니아내전을 반드시 내전으로만 보아넘길수는 없다. 관계단절을 선포하긴했지만 이웃한 세르비아공화국이측면에서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를 지원하고있으며 크로아티아도 자국내 세르비아계와 전투를 벌이는 한편 보스니아내 크로아티아계와도 연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평화재개노력의 일환으로 보스니아를 세력권에 따라 10개 지역으로분할해 다스리자는 '밴스-오웬'안, 세르비아공화국이 주축된 신유고연방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대신 보스니아 영토의 49%만 세르비아계가 다스리도록 하자는 방안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이미 차지한 70%의 영토를 조금도 양보할 수없다는 세르비아반군과 잃은 영토의 회복을 주장하는 보스니아정부의 입장 차이로 무산되었다.
걸프전쟁에서 그토록 신속하게대처했던 서방세계는 보스니아내전에 대해선역량을 의심받을 만큼 소홀하게 대처했고 결과적으로 20만명이 목숨을 잃고 2백30만명이 전쟁을 피해 떠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을 낳고 말았다. 그럼에도 유엔은 현재 평화유지군의 철수와 보스니아 이슬람정부에 대한 무기금수해제를검토하고 있다. 결국 전면전을 막는데만 전력을 기울이던 국제사회는 힘의 한계를 느끼고 살육의 현장을 당사자들에게 맡겨둔 채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는것이다. 발칸반도에는 석유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제사회, 특히 서방열강의 태도는 충분히 설명된다. 현재 보스니아에 파견돼 있던 유엔평화유지군중 3백70여명이 세르비아측에 인질로 잡혀 '인간방패'노릇을 하고 있다.'제로킬드(무사상자)'를 내세우며 세르비아계 배후의 러시아와 대립양상을보이며 보스니아로 뛰어든 유럽연합은 처음부터 사태해결 능력이 없었다.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말로세비치 대통령과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카라지치가 '범세르비아'건설의 꿈을 포기하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인정한다면 사태해결의 가능성은 있으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멀전망이다.한때 교착상태를 보이던 보스니아내전은 나토군의 공습으로 전면전의 양상을띠게 되었으며, 유엔군 철수를 돕기위한 미지상군의 파병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악의 참변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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