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시끄러운 여성계

우리의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열손가락을 채우지 못한다. 그만큼 여성의 정치참여는 제한돼 있었다. 오랜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우리 사회의 남성우월주의금기를 깨뜨리지 못한데다 여성들의 정치의식이 낮았던 탓이다. 자치시대를 맞아 이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여의도쪽은 아직 아니다. 이번 광역지방의회 선거에 비례대표제를 사상 처음으로도입,여성들에게 그 문을 열었다.최근 대구·경북지역 여성계는이 비례대표제 때문에 어수선하다 못해 소란스럽다. 문제는 자리는 적은데 앉을 사람이 많은데서 비롯되고 있다. 대구시의회에 배당된 여성 시의원 자리는네 개. 이중 민자당에게는 두 자리가 돌아간다. 여기에 무려 7명의 후보가 시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뛰고 있다. 서울의 연줄을 동원하고 있다는 등 온갖 풍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7명의 후보는 모 주택회사 회장 부인, 민자당 대구시지부 여성부위원장, 민자당 중앙상무위원, 수성구 새마을부녀회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대구·경북지부장, 선덕여왕 숭모회장 등 모두 지역 여성계의쟁쟁한 멤버들이다. 친여권 여성인사이거나 민자당 당직경력을 가진 것도 공통점이다. 이중에는 고희를 넘긴 할머니도 두 사람이나 된다.제1당에게 6석이 배정되는 경북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수 의석을 차지할것이 확실시되는 민자당 경북도지부는 6석중 세자리를 여성계에 배정할 방침을세우고 있다. 대충 후보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세명의 여성후보중남편이 달성군수로 출마하는 한 사람은 주소지를 포항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달성군지역이 대구시에 편입돼 도의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지역 여성계는 6·27지방선거에 구청장이나 시장·군수후보를 단 한명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겨우 대구시의원 후보를 한 명 내세웠을 뿐이다. 지역의 원로여성지도자들이 후진을 양성하지 않았던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이 때문에 밥상은 차리지 않고 밥먹을 때만 어른대접 해달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역 여성계는 지난70년대 이후 세대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지역 여성계의 활성화는 새로운 피의 수혈에서 찾아야 한다. 지역의 여성지도자들은 지역의 정계및 경제계 원로들이 속속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자세에서 왜 교훈을 얻지 못하는가. 〈조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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