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28) 제5장 폐유와 휘발유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뚝배기에 끓는 된장 같다. 자글자글 끊임없이 기포를 만들어낸다. 파꽃만 해도 그렇다. 파꽃을 생각하면 파와 관련된 여러 장면이 떠오른다. 파 모종울 심을때가 떠오른다. 널짱한 텃밭 가꾸기는 할머니가주로 맡았다. 엄마는 마지 못해 도왔다. 이맘때면 터밭에는 나비가 많이 찾아들었다. 터밭에는 파꽃,배추꽃, 무꽃이 피는 절기였다. 호랑나비, 네발나비,뱀눈나비 같은 알록달록한 나비는 잘 날아들지 않았다. 흰나비와 노랑나비들이었다. 배추흰나비가 많이 날아 들었다. 꽃이 작기 때문에 작은 나비들이었다.텃밭에 많은 나비들이 팔랑대며 춤을 추었다. 나비 이름들은 아버지가 가르쳐주었다. 그 나비떼를 오래 보고 있으면 졸음이 왔다. 따뜻한 햇살이 눈부셨다.나비의 율동이 어지럼을 불러왔다. 눈꺼풀이 저절로 닫겨졌다. 그러나 나는 잠들지 않았다. -시우야, 우물터에 있는 짚 가져와.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우물가로 가면 함지통 물에 담궈 놓은 짚단이 있었다. 할머니는 물에 젖은 그 짚으로 파단과 무우단을 묶었다. 여량장에 내다 팔릴 터였다. 생각이 여량장으로옮겨지면, 장 풍경이 떠오른다. 이맘 때쯤이면 햇감자, 햇고구마가 시장에 나오는 절기였다. 집에서는 감자와고구마를 많이 쪄서 먹었다. 점심 끼니는 고구마로 떼우기도 했다. 시애는 고구마 먹기에 질려 자주 짜증을 냈다. 시애는고구마를 도막내어 장두칼로 도장을 파기도 했다. 주로 꽃과 나비였다. 꽃도장, 나비도장을 잉크에 묻혀 공책에다 찍었다. 많은 꽃과 나비가 만들어졌다.-이제야 겨우 잠이 들었나보군. 잰 왜 저렇게 잠이 없는지 몰라. 잠이 저렇게없는 것도 병일거야.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잠들지 않았다. 잠에 든 체하고있었다. -자폐증이 그렇대요. 애 아버지가 그러더군요. 증세가 심하면 수면제먹여 억지로 잠을 재워야 한다구. 저렇게 잠을 안자니 낮에는 머리가 띵하지않겠어요. 정신이 또록하지 못한 거지요. 어머니가 말했다. 두분은 전등불아래서 팥을 까고 있었다. 시애는 잠든지가 오래였다. 나를 보고 이젠 잠을 자라고할머니가 골백번 말했다. 엄마는고함까지 질렀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자는체했다. 잠이 오지않았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떠올랐다. 할머니와 엄마가 잠이 든 뒤까지 나는 잠을 못잤다. 오랫동안 눈을 떴다 감았다했다.소리 나지 않게꼼지락거렸다. 나중에는 생각조차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때쯤에야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는 또 일찍 눈이 뜨였다. 마을 여기저기서 새벽 닭 우는 소리가 들리면 절로 잠에서 깨었다. 시애는 그때까지 자고 있었다.옥상 가건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늦게 잠을 자도 일찍 깬다. 눈을 뜨면 바깥이 희붐하게 밝다. 기요와 짱구는 한잠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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