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북산의 우공이 산을 허물기 시작한 것은 나이 90때다. 대문밖에 버틴 산이90평생동안 질식하게 만들었고 이웃 나들이를 하려고해도 그 넓은 산을 돌아가거나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끝내지 못하면 자식이, 또 손자가… 이산을깎아 없앨 것이다" 비웃는 이웃에게 우공이 한 말이다. ▲산과 바다를 관장하던 조사신도 처음엔 느긋했지만 그 말을 듣고 대경실색 했다. 이론적으로는 그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천제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우공의 노력에 감탄한 천제가 집앞의 산을 스스로 옮겨 주었다. 열자에 나오는 '우공이산'이야기다. ▲사실 진위를 떠나 이 이야기는 중국민들에게 윤리독본처럼 되어 있다.대만에서는 누구나 노력하면 산과 바다도 옮길 수 있다는 교훈으로 받들여져국교 교과서에 실리고 있고 대륙쪽은 '혁명'에다 이것을 접목했다. 홍기등 당기관지들은 청년들에게 '현대의 우공'이 되어야 한다면서 제국·봉건주의를 제거대상(산)으로 꼽았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미국서 천안문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그제목이 '이산(The Moving Mountain)'이라는것. 민주화를 향한 중국지식인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우공이산에다 비유한 것이다. 교훈적 이야기가 보기에 따라선 얼마나 상반된 괴리감을 주고 있나를 잘설명해준다. 그러나 휴전선 북쪽은 그런 기미는 고사하고 굶주림소식 뿐이니더욱 갑갑하다고 할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