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반군-다수족 폭정에 피의 투쟁

'빛나는 섬'이란 뜻의 스리랑카는 고통과 비탄에 얼룩진 타밀족의 현대사로'인도의 눈물'이란 별칭이 더욱 그럴듯 해 보인다.13년째 이어져온 '타밀엘람호랑이들'(LTTE)과 내전으로 에머랄드 빛 맑은 바다가 눈물방울 모양의 섬을 감싸고 있는 '불교와 차의 나라'가 투쟁과 학살,고통과 반목의 장으로 변한 것이다.

LTTE는 내전 13년을 맞고 있지만 조금도 기세를 늦추지 않고 정부를 몰아붙이는 반군이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지난달 26일 동부의 한 마을을 급습해 43명의 싱할리족 민간인들을 살해했고 그 일주일전에는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양측 5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거기다 초반 단발 소총으로 급조된 반군에서 최근에는 강력한 대량살상무기까지 갖춘 무장세력으로 부상, 스리랑카 정부군을 위협하고 있다. 4월에는 수뢰와 열추적미사일로 각각 해군함정 2척과 공군기를 공격해 1백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제까지 6만여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스리랑카 내전의 반군 LTTE는 48년 실론(당시 국가이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반골로 돌아섰다. 다수인 싱할리족이 정권을 잡으면서 1백50년식민시대에 부와 권세를 누리던 소수파 타밀족이 2등 국민으로 전락한 것이다.

싱할리족 정부는 시민권법을 제정해 영국식민기간 인도에서 이주한 40여만명의 타밀족을 무국자로 만들고 72년에는 헌법개정을 통해 타밀족의 토지를 빼앗는등 지속적인 타밀족 홀대정책을 펼쳐 나갔다. 대학입학시험과 공무원채용시험에서조차 차별대우 했다. 따라서 타밀족의 불만은 쌓여만 갔고 타밀족이 모여사는 북부와 동부지역에서는 독립운동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했다.급기야 83년 7월, 정부가 싱할리어를 단일공용어로 채택하자 타밀족 무장게릴라들은 북부 자프나반도에서 13명의 정부군을 살해하고 독립을 외치며 무장봉기했다.

여기다 인종대폭동까지 발생해 타밀족의 반정부 적대감은 극에 달했다. 무장봉기 후 콜롬보의 싱할리족 시민들은 길거리에 보이는대로 타밀인들을 때려죽였다. 이때 1천여명의 타밀인이 살해됐고 일부는 산채로 불에 타죽기도 했다.타밀족의 밀집거주지역인 스리랑카 북동부지역의 타밀해방운동조직은 30여개. LTTE는 그중 최대 세력이다. LTTE는무장봉기 초반부터 스리랑카 정부를대상으로 줄기차게 '피의 투쟁'을 벌여 왔다.

85년 5월에는 싱할리족인 운집한 시내버스 정류장에 자동소총을 난사, 1백43명의 시민을 사살하는 대참극을 벌였고 93년 5월에는 라나싱헤 프레마다사대통령을 폭탄테러로 암살하는등 공포의 대상이 됐다. 또 지난 91년 라지브 간디전인도총리에 대한 자살폭탄테러의 혐의도 받아 왔다.

현재 타밀족 거점인 자프나 반도내에서 LTTE가 중심이 돼 민간행정기구, 치안, 법원등을 운영하는등 준정부형태의 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스리랑카정부는 그동안 자프나지역을 봉쇄하고 소탕작전을 벌이는등 강경책을 써오다가 지난해 찬드라 쿠마라퉁가대통령이 당선된후 평화적인 해결 방향으로 선회했다.그러나 지난 1월 교황의방문을 계기로 무르익던 평화협상이깨어지면서 LTTE의 투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정부군의 후방지원 및 무기공급에도 문제점이 노출돼 내전의 장기화는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짙은 폭약냄새로 '동방의 정원'으로 각광받던 스리랑카의 차향기는 요원해보인다.

〈김중기 기자〉

◇스리랑카 개황

수도:콜롬보

정체:대통령중심제

면적:6만5천6백㎢

인구:1천8백3만명(94년)

인종:싱할리족(75%·불교) 타밀족(18%·힌두교) 무어족(7%·회교)언어:싱할리어 타밀어 영어

화폐단위:루피

1인당 GDP:5백26달러(93년)

기후:열대성기후(연평균 27도)

◇약사

▲1505년:포르투갈 식민통치

▲1658년:네덜란드 식민지배 실시

▲1796년:영국 식민통치

▲1948년:영연방 자치국으로 실론으로 출범

▲1960년:좌익계열인 스리랑카 자유당(SLFP) 집권

▲1975년:독립공화국으로 출범

▲1977년: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변경

▲1979년: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공화국으로 국명 변경

▲1983년 7월:타밀족 무장봉기 인종 대폭동

▲1985년 5월:타밀반군 시내버스 정류장 총격으로 1백43명 사망▲1987년 4월:콜롬보시 폭탄테러 1백50여명 사망

8월:의사당 폭탄투척, 집권당 국회의원 1명 사망

1993년 5월:라나싱헤 프레마다사대통령 폭탄 테러 암살

▲1993년 11월:타밀반군 정부군 기지 공격으로 정부군 5백여명 사망▲1994년 10월:야당 정치집회 폭탄테러 민족통일당(UNP) 대통령후보 가미니다사나야케등 50여명 사망

▲1994년 11월: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 당선

▲1995년 1월:정부군과 타밀 반군 적대행위 중단 합의

▲1995년 4월:타밀반군 스리랑카 함정 공격으로 휴전안 파기▲1995년 5월:스리랑카 공군기 미사일 공격으로 추락, 52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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