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문화 바꾸자(4)-선거 운동원

대구시장선거에 출마하는 모후보의 부인 ㄴ씨. 하루에 주민을 5백~6백명이상만나고 있는 그는 '사람들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지갑을 열지도 말라'는 행동수칙을 정했다. 우연히 손수건을 꺼내기 위해 지갑을 열다 혹시 돈을주려는가하는 주민들의 시선에 크게 당황했다는 그는 사람들이 선거운동을 해주겠다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한다.현행 선거제도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유급 선거운동원수를 제한하는 대신 무보수 자원봉사자를 무제한 허용,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돈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선거운동을 하도록 한 달라진 선거문화의 한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수성갑보궐선거에서 처음 실시된 자원봉사자제도는 돈 안드는깨끗한 선거풍토로 정착되기에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것이 후보자들의공통된 이야기다. 돈을 받는데 익숙해져있는 유권자와 정치 불신을 씻지 못하는 정당 및 후보자의 의식 수준이 오히려 더 많은 돈이 풀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출마예상자들은 1명에게 1백장정도의 자원봉사자 가입원서를 나눠주고이들이 다시 다수에게 가입원서를 배부토록 하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대구시장선거에 출마하는 모후보는 "이같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차값, 식사비 등 1명당 3만원을 들인다 해도 5만명을 모을 경우15억원이 든다"며 무보수 자원봉사자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토로한다.게다가 4대 선거의 동시 실시로 후보자는 수천명수준으로 난립하고 있으나자원봉사자로 활용할만한 인력은한정돼 있어 후보자간에 '사람'을 빼가기 위한 금품수수현상이 날로심각해지고 있다. 달서구, 수성구등 일부 지역에서는동책 1명을 확보하는데 50만원 이상씩 거래되고 있으며, 후보자 2~3명에게 선거운동원을 확보해주겠다고 동시에 약속해놓고 금품만 받은후 인원동원은 제대로 안해주는 '표몰이꾼'도 허다한 실정이다.

후보자들은 '세(세) 과시'의 수단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지 않을수는 없으나 효과면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로 신청한 10명중1명만 열심히 뛰어도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는 모후보의 말처럼 아무런 보수도받지 않고 '내 일'같이 열심히 뛰어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나 직장등 사후 보장을 약속받고 일해주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친척, 동문 등 평소 관리해온 사조직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데 기대를걸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학자들은 "자원봉사자제도가 정착하지 못하는데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이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실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이를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무르익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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