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드워드 사이드 '문화와 제국주의'

'세계화' 조류 속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모든 부문에 있어 서구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요즘 탈서구적, 탈식민지적 이론의 제시로 제 3세계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망을 열어주는 한 권의 책이 나와 관심을끌고 있다.'문화와 제국주의'(창 펴냄)는 서구 문단과 학계에서 서구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강력하고 새로운 비판이론을 펼치면서 제 3세계 문학과 문화를대변해온 미국의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93년 작품으로 자신의 탈식민주의 이론을 설득력있게 전개하고 있다.

사이드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폐해를 가장 강도높게 비판했으나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와 그의 '오리엔트' 개념을 중동으로만 한정한 편협한해석등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사이드는 78년 발간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수많은 서구의 문학작품과문헌들의 분석을 통해 심지어 디킨스와 마르크스같은지식인까지도 동양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을 조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문학 비평은 더 이상 상아탑 속에서 은둔하지 말고 세상으로 나가 우리의 현실과 역사와 상황과 더욱 맞물려야 한다며 '현실에의 오염'을 주창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충분히 세속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탈구조주의 사도인 데리다와푸코까지 맹공하고 있다.

제 1장 '겹치는 영토, 뒤섞이는 역사', 제 2장 '통합된 비전', 제 3장 '저항과 대립', 제 4장 '미래:지배로부터의 해방'으로 크게 나눠져 있는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사이드는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 카뮈의 '이방인'등을 성찰하면서 문화와 정치가 어떻게 암묵적으로 협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19세기 영국 리얼리즘 소설들이 필연적으로 제국주의 중심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메슈 아놀드가 '문화와 무정부'에서 보호하고자 한 '문화'가 결국은 유럽의 제국주의적 문화임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자신은 그 제국주의 문화로 인해 자신의 조국을 잃어버렸으며 따라서 자신의 문학비평은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향수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이드의 이같은 탈서구적 이론은 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모두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90년대한국의 젊은 지성에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사이드는 그러나 냉전시대 이후에 등장한 제 3세계의 국수주의와 복고주의에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궁극적으로 동서 문화의 조화와 공존을 주장하는화해의 차원에 이름으로써 '다문화주의'를 옹호한다. 사이드는 영국령 예루살렘 태생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가장 탁월한 문화비평가이자 문학이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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