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만큼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반군도 없다.지난 2월 멕시코시티에서는 약 10만명의 군중이 반군지지 시위를 벌였다. 반군이 그려진 대형 그림과 붉은 반군기를 흔들며 시가행진 하는 모습이 마치 스포츠팀 응원단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멕시코정부 경제실패에 따른 반감이 작용했지만 배고픈 농민들의 순수한 반란이란 점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EZLN의 근거지인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는 중앙정부로부터 가장 홀대받는곳이다. 고대 마야제국의 후손을 포함해 5개 종족 3백20만명의 토착원주민들이살고 있는 이 지역은 도로와 학교, 병원등 제대로 된 시설도 전무하고 영양실조와 문맹, 유아사망률도 어느 지역보다 높다. 산악으로 둘러 싸인 정글이다보니 경작지도 절대부족한 편이다. 개발보다는 이들에게 고유한 언어와 문화까지 포기토록 강요하는 멕시코 정부의 통합정책으로 숱한 반란이 일어난 '반란의 고장'이다.
토지개혁과 복지향상,정부개편을 요구하며 봉기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반란은 이런 열악한 환경과 정부의 홀대에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발효에 따른 위기감까지 가세해 일어났다. 나프타로 미국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농산물에만 의존하는 이 지역의 경제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도시민과 비교해 상대적인 박탈감만 가중시키고 가뜩이나 피폐한 치아파스주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ZLN은 외부의 불손한 세력이 있다는 멕시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순수한농민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EZLN은 농민군이면서도 일정기간자체훈련을 거친 정예반군이란 점이 특이하다. 죽창에 낫이 고작이던 과거의반군과는 달리 EZLN은 자동소총과 로켓포등 이동가능한 고성능 무기로 무장한채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이 지역을 지배했던 반골기운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전투에서 정부군은 우세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패퇴했다.
지난해 새벽벽두에 개시된 첫전투에서 EZLN은 산 크리스토발등 주내 5개 도시를 장악하고 토지분규로 투옥중인 2백여명의 죄수를 구출하는등 정부군을 섬뜩케 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후 정부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장악하고 있던 도시를 포기하고 정글로 퇴각했으나 18개월동안 우위에 선 게릴라전을 펼쳤다.또 하나 특이한 것은 뛰어난 선전전략이다. 전투초부터 EZLN은 외신기자들을불러모아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무장봉기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진촬영에도 응했다. 퇴각하면서도 성명서를 발표할뿐 아니라 국제 컴퓨터통신망인 인터넷에까지 농민군의 활약상과 정부군의 만행을 알리는고감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보차단을 위해 언론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정부는 이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까지 지난해 3월과 올해 4월 타결 직전까지 간 두번의 평화회담이 있었으나 모두 무위로 끝났다. 지난해 3월 EZLN은 정부로 부터 토지개혁, 원주민정치참여, 미국농산물 수입에 따른 피해 대책검토등을 얻어냈으나 집권 제도혁명당 대통령 후보 피살사건을 계기로 무산됐고 올해 4월 평화회담은 양측의 견해차이로 지지부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전세계에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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