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단소식-민음사 설문

○...90년대도 절반을 넘기면서 '신세대 문학'의 출현등 급격한 문학적 지형의 변화를 가져왔던 90년대 상반기 우리 문학에 대한 성과를 조망하는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민음사가 내는 문화정보지 '파피루스'가 문학평론가 시인등 문인 10명에게90년대 상반기 우수 작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는 새로운 지형도의 조망과 관련,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90년대의우수작으로 구효서의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최인훈의 '화두',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박경리의 '토지', 박상륭의 '칠조어론' '아으 누가 저독룡을 퇴치할 것이냐', 최윤의 '회색 눈사람',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 하일지의 '경마장의 오리나무' 이문구의 '유자소전', 최수철의 '얼음의 도가니', 장정일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가 뽑혔으며 특히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먼 구효서의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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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발간되는 계간 교양지 '나눔터' 여름호가 나왔다. 문덕수씨의 '녹색문학의 방향', 최종고씨의 '사도법관 김홍섭', 이정인씨의 '나의 이모, 이명희명창'을 비롯해 '인물탐구-바이얼리니스트 김영준'(김영미), '한우물을 파는 사람-녹향 이창수'(강문숙), '이사람-서라벌요를 찾아서'(박지영), '설립자 탐방'(전진문), '어떤 인생-구한서씨'(손영학) 등의 기사, 황동규씨의 초대시 '환한 단풍', 강용권씨의 '지리산 탐방', 김선길씨의 '생활인의 풍수지리' 등이 실려 있다.

김시헌, 이민영, 이동진씨 등의 생활인의 수상, 허영미씨의 '밝은 내일을기다리며', 한상덕씨의 '사랑하는 미연에게', 이종희씨의 '부자(부자)' 등의독자투고와 '베트남 전적지를 찾아서'라는 문강주씨의 기행문도 담고 있다.##:06

예총 경주지부(지부장 정민호)의 '경주예총' 창간호가 출간됐다. '모든 예술가 모든 문화인들은 예술과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풍토를 조성하며 정성을 다해 문예중흥을 이룩할 것을 선언한다'는 등의 문예중흥선언문을 비롯해'향토 예술은 말한다' '문예광장', 제24회 신라문화제 한글백일장 장원 작품등을 싣고 있다. 이근식씨는 '역사로 본 경주예총'을 통해 경주예총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고, 김의진씨는 '국악의 재인식'에서 전통 음악의 흐름을살펴 보았다. 문인협회 음악협회미술협회 등의 각종 예술단체 명단과 주소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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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진지함'보다 독자에 영합하는 '가벼움'의 문학이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진지한 주제성등으로 20세기 독일문학의 봉우리들로 꼽히는 하인리히 뵐과 잉그베르그 바하만의 첫 장편소설(유고)과 첫 단편집이 나란히 출간돼 관심을 끈다.

지난 7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하인리히 뵐의 유작 '천사는 말이 없었다'(대학출판사 펴냄)는 작가가 32세 때 쓴 작품으로 45년 5월 8일 독일 해방의 날로부터 시작되는데 포격으로 파괴된 고향의 도시에서 위안을 얻는 어느 도망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귀향과 폐허문학의 성격이 두드러지는이 소설은 세계를 보고 알리는 것을 문학의 과제로 보는 경향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요즘 종교에 대한 사랑을 상실당한 고통의 표현과 관련, 뵐의세계성과 민중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해준다. 빈틈없는 줄거리와 정확한 인물, 분위기 묘사로 뛰어난 사실주의 작가로 불리는 뵐은 독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거울처럼 통찰하게 한다. 작가는 신변보장을 위한 증명서와 먹을 것만을 찾아 헤매는 도망병의 인생의 목표를 상실한 몸짓을 돌로만든 천사의 미소짓는 얼굴과 대비시키면서 둘다 '무의미'함을 드러내고 있다. 소설 속의 인간들은 전쟁으로 상처를 입던가 마비된 사람들로 이웃 사랑보다 에고이즘이 이기는 현실이 음울하게 조망되고 있다. 뵐이 그리는 인간들은 영웅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내면으로는 전쟁과도 무관한 사람이지만품위있게 묘사되며 돈, 가난, 죄, 사랑과 종교, 미움, 부부생활, 공동생활,먹고 마시고 입는 것등의 일상성이 중요시된다. 그는 그러나 도덕에 근거를두고 고통과 슬픔의 인간 군상들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며 힘있게 묘사한다. 뵐이 그린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끝내 영혼과 사랑의 빛을 만나게 된다.뵐은 17년 쾰른에서 태어나 85년타계했는데 대표작으로 '여인과 군상'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홉시 반의 당구' '방랑자여, 슈파로 가려는가?'등이 있다.

전후 독일문학을 꽃피운 여류 서정시인으로도 유명한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문예출판사 펴냄)는 '모든 것', '살인자와 광인의 틈바구니에서', '고모라를 향한 한 걸음', '오스트리아 어느 도시에서의 청춘'등 7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삼십세'는 29세 생일이 되는 날부터 30세에 이르는 일년간의 의식의 갈등과 모험을 그리고 있는데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생이 지니는 함정에 온몸으로 도전해 그림자처럼 중복되고 괴물같이거대한 병증을 지닌 인생의 내면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작품마다에는 '진실'등 거창한 명제에 맞서는 철저한 의식의 규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이나 뚜렷한 결론은 없다. 단지 절망과 어둠 속에서의 용기있는 모색만이 새로운 도약을 가능케 해 준다고 믿어야 하지 않을까. 26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바하만은 53년 '47 그룹'을 통해 문단에 데뷔, 시집 '유예된 시간' '대웅좌의 부름'과 장편소설 '말리나'등을 냈으며 73년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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