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기택·박철언씨 선거개입 배경-계산된 발걸음

이기택민주당총재와 박철언전의원이 각각 경북지사선거와 대구시장선거에 적극 개입할 뜻을 밝히고 나서 선거전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또한 이들의 개입선언은 당초 예상 방향과는 다른 것이어서 그 배경과 향후 이들의 정치적인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전의 또다른 흥미거리가 아닐수 없다.○…이기택민주당총재는 13일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대구와 경북지역의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의 이판석후보를 지지할 뜻을 밝힌데 이어 14일에는 문희갑후보를 지지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선거전의 다소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총재가 이들의 지원을 표명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총재의 선거후정치적 입지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전체의사와는 상관없는 이총재 개인의 선택"이라며 "이 지역을 정치기반으로선택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이총재의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관계자는 또 "민주당 지지율이 10%대라고 해도 이총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민주당지지표는 분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총재의 지지표명과 관련, 문후보측은 "우리가 반민자 유일한 대안임을 만천하에 명백히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고 이판석후보측도 "범야권단일화에 대한 경북도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헤아려 내린 것으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제1야당 총재의 큰 결단"이라고 했다.한편 다른 측면도 있다. 이총재의 이같은 행보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상 정치에 복귀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행보를 감안할 때 자칫 반DJ분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후보나 이후보로서도 결코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아직 속단할 단계는 아니다. 김이사장과 이총재의 불화로 볼 때 DJ의 뜻과는 무관한 듯하고 대선과 시장선거의 차이점 등도 이총재의 특정후보 지지표명을 더이상 '복잡한' 구도로 해석하기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편 이날 박철언전의원과 현경자의원부부는 당초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자민련 잔류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예상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구시장 선거전 구도에서,그리고 평소 친분관계에서도 선택하기 어려워 보이던 이의익후보의 지원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박전의원은 무소속의 이해봉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파다했다. 이런 상황은 2일 이들의 자민련 잔류선언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런데 박전의원은 14일 다른 후보들의 당선가능성과 불투명한 반민자성향을 이유로 이의익후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해봉후보는 당선가능성에서, 문희갑후보는 반민자성향에서 가능성이 약하다는 것이 이유다. 커다란 변화다. 박전의원은 조직인의 도리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전의원과 문후보 간의소원한 관계, 나아가 경쟁의식 때문에 '당선가능성'을 외면했다는 분석이 높다.

한편 며칠전 자민련은박전의원과 전혀 상의도 없이 박준홍씨를 경북지사후보로 공천했다.그 때까지 박전의원은 음양으로 이판석후보를 지원하고 있었다. 박전의원 캠프 사람들은 아직 이후보의 일을 돕고 있을 정도다. 박전의원이 결국 자민련지도부로 부터 '한 방'얻어 맞은 것이다. 그 때 박전의원 측은분을 삭이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비난의 톤을 낮추었다. 자민련의 행보를 수용하는 듯한 태도다.박전의원의 이같은 행보와 관련 일각에서는 DJ의 행보와 연결시키기도 한다.김이사장의 정치개입과 여기에 화답하는 자민련의 행보 그리고 선거이후 전개될 정국상황에서 자칫 '골목대장'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분석도 있다. 자민련에서라도지분을 확보해 두고 후일을 기약하자는 일보후퇴전략이라는 것이다. 궁여지책이다.

어찌됐든 박전의원의 정치행보가 그렇게 순탄한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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