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박호성·서강대교수 정치학)-누구를 뽑을 것인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때 우리는 흔히 저 먼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를 우선 떠올린다. 아테네는 도시국가였고,이 도시국가들은 고작 수천에서 수만 정도의인구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중에서 노예, 외국인, 부녀자들을 제외하고나면 고작 전체 인구의 20% 정도만이 온전한 시민권을 향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수들이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를 꾸려나간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직접 민주주의는 아테네의 경우에서 보듯이 국민의 의사를 국민 스스로의 직접적인 참여로 결집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는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소규모의 구성원과 지역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오늘날의 민족국가는 영토나 인구 면에서 그 크기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러한 직접민주주의를 활용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따라서 간접민주주의, 또는 대의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역시수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선거로 정치 참여

저명한 정치학자인 모리스 뒤베르제는 "국민에 의한 국민의 통치"는 실질적으로는 "국민으로부터 나온엘리트에 의한 국민의 통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민의 정치참여는 직접민주주의에서와는 달리 단지 간접적인 선거를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요컨대 국민은 자신을 지배할 엘리트의 선택권만을 소유할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오직 선거기간에만 최고주권자 대접을 받을 뿐 그 후에는 다시 무기력한 피지배의 신분으로 빠져들어간다. 다시 말해 "국민은 그의 어휘가 '예'또는 '아니오'· 이 두 마디에 한정되어 있는 주권자"에 지나지 않는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가능한한 국민의 직접지배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지않으면 안된다. 지방자치제도도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도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지자제가 도입되고 있다. 모든것이 그러하듯이 처음에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피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한 피해야 한다. 바로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사람을 뽑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여기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토호세력등 배제를

첫째, 해당 지역에서 큰 사업을 한다든가 또는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토호세력들은 지금까지 권력과 밀착해서 많은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이 지자체의 단체장이나 의원으로 뽑힐 경우, 주민의복리나 권리보다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집착할 가능성이 더욱 짙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둘째, 독재정권에 봉사했거나 또는 민주주의를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사람은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자제의 지도인물로 적합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분들이 일차적인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눈앞의 이해관계때문에 자주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을 바꾼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주민의 진득한 신뢰를 받기 힘들다. 이들은 언제 다시 주민을 속일지 모른다. 따라서 어느 편이든 항상 담담히 외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면이들이 오히려 주민들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청렴·도덕성 큰 덕목

나는 여기서 청렴성, 민주성, 도덕성을 지자체후보의 주요 덕목으로 꼽았다. 물론 정치적·행정적 능력이 겸비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중대한 정치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인가, 지역패권주의가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권력체제가 변경될 것인가하는 등등의 핵심적인 사안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중대한 고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투표장으로 향하는 우리 유권자들의 손은 그 어느때보다 청렴하고 민주적이고 도덕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 두손에 우리의 정치적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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