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내리사랑

실리아 매 브라이언트 교수님은 유학시절 나의 지도교수로서 제자 사랑이 극진하셨다. 그 당시 나는이를 당연하게 생각했으나 귀국하여 가르치는 입장에서보니 그분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내가 그처럼 보람있게 유학생활을 할수 없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마침 지난1년간 미국에서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고 나는이제 못난 제자의 마음을 전달할수 있겠다 싶어 가슴이 설레었다. 은사님 댁을 향한 비행기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혼자 사시는 고령의 은사님의 건강이좋지 않으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정한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 주셔서 마음이놓였다. 나는 "이번에는 내가 잘해 드릴 차례야!"라고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해크신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드리리라 다짐했다.그러나 나흘 머무르는 동안 상황은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다. 은사님께서는오히려 내 건강을 염려하셨다. 그리고 필요한 학술 자료를 구해주려고 노력하시고, 내가 손목 부상으로 연주에 지장이 많음을 마음아파하시면서 새로운 연습 방식을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

결국 이번에도 나는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그분의 사랑만 잔뜩 받은채작별 인사를 드리고 말았다.

나는 은사님의 은혜를갚겠노라고 감히 생각했던 나자신이 얼마나 교만했던가를 절실히 느꼈다. 내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은사님 눈에는 여전히 이것저것 챙켜주고 싶은 제자인 것은 사랑이란 내리사랑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리라.은사님의 내리사랑은 선생으로서의 나자신을 반성하게 만들며, 이 메마른 세상을 지탱하고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은 곳곳에 피어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작은 들꽃들과 내리사랑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피아니스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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