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이면 온 국민이 민족분단의 상징인 6·25의 상흔에 가슴앓이를 한다.이런 6월에 태어난 나는 생일에 얽힌 남다른 아픔이 있다.
돌전에 홍역 예방주사를 접종한 다섯살짜리 아들이 생각지도 않게 홍역을 앓았다. 내 생일이던 그날 벌겋게 열에 들떠 눈도 뜨지 못한채 물만 찾는 아이를안고 업으며 밤을 새운 날 아침, 군산에 계시는 친정어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씀이셨다.
"오늘 새벽에 운명하셨단다. 환갑도 못 채우신 것이 애석하다만 어쩌겠니?" 하시면서 어머니는 "어차피 부모는 자식앞에서 차례걸음인 것을 홍역하는아이앞에서 에미가 울면 아이가 불안해 하고 얼굴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으니조심해야한다. 절대 이곳에 아이데리고 올 생각마라. 이서방만 오도록 해라.장례치른후 내가 대구갈께"하시며 신신당부하시는 것이었다.전화는 끊기고 나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두달전에 발병하신 아버지를 한번뵙고 온후 또 뵈러간다는 것이 아이가 아파 미뤘었는데…. 아버지는 그 많은날들중에서 당신의 맏딸 생일날 이 세상을 떠나셨다. 평소 효도 못하는 딸자식을 질책하려 하심이었을까, 아니면 평생을 갚아도 다 못할 부모님의 은공을 잊지말라는 당부의 뜻이었을까.
며칠후 어머니는 소복차림으로 외손자의 장난감과 장미꽃이 화사한 홈드레스를 사가지고 오셨다. "아버지 탈상때까지 상복은 내만 입어도 된다. 넌 시부모님도 계시고하니 굳이 표시안해도 아버진 다 아실게야"라고 말씀하셨다.그일이 벌써 16년전 일이다. 올해도 내 아이 둘은 달력에 엄마의 생일날을표시했다. 아버지의 기일로 가슴에 멍이 든 그날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것이다.
(대구시 남구 이천2동 564번지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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