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나서 한달전에 죽은 고양이 '예쁜이'와 나는1년남짓 여러 집을 떠돌며 괴로운 시절을 보냈다. 내 결혼생활의 애와 환을 함께 나눠온 예쁜이의 죽음은 아픔 이상이었다. 그런데 예쁜이를 속 뺀 고양이한마리가 살아 내집을 찾아왔다. 병상의 남편이 내게 보낸 선물같았다" ▲87년작가 김동리씨와 결혼, 화제를 낳았던 서영은씨가 '한 남자를 사랑했네'란 수필집에 쓴 '고양이'의 한 구절이다. 우여곡절끝에 얻은 새아내인 서씨에게 식물인간으로 투병중에 '예쁜이'를 마음으로 선물할줄 알았던 문단의 거목 김동리씨가 끝내 타계했다. ▲60년간 문학을 통해 '순수문학'이란 텃밭을 온전하게일궈낸 김씨는 우리 현대문학사에 큰 획을 긋는 1백여편의 소설과 시 그리고평론을 남겼다. 그는 '화랑의 후예' '무녀도' '바위' '황토기'등 초기작품에는향토색 짙은 샤머니즘적 운명론으로 인간삶을 그렸다. 그후 '밀다원시대'를 쓴6·25전후에는 초월적 세계관에서 인간현실로 회귀했다가 '등신불'에서는 불교적 세계로 뛰어 넘었다. ▲그는 경주에서 태어나 졸할때까지 김원일·이근배씨등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또 문협이사장·예술원회장·소설가협회장은 물론군사정권땐 국정자문위원까지 지냈다. 오늘아침 미당은 이렇게 추모했다. "욕심꾸러기중에 최고 욕심쟁이가 저승으로 가다니. 동리야▒ 저승에서 잘 지내다가 또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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