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개념을 바꿔놓았다'는 찬사를 받았던 방송드라마 '모래시계'.이 영상 테이프를 빌리기 위해 비디오 대여점에 줄을 서고 있다는 풍문을 듣는다. 문화구조의 변화된 일면을실감하면서 한편으로 문학은 다른 어떤 인간학보다도 인간의 삶을 총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자존심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쓰기와 글읽기에 오랫동안 받쳐졌던 존중심이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분명 오늘의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앞에서 문학은 문화변동의 시류에 편승하기보다는 글쓰기의 고유한 속성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혜경의 '길위의 집'은 주목된다.이 소설은 한 가정의 가족관계를 중심 화제로 삼아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해체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풍속을 꼼꼼히 그리고 있다. 배고픈 시대의 현실을근면과 절약으로 버티며 아내와 자식들에게 폭력과 독선을 멈추지 않았던 아버지, 아내와 어머니로서 순종과 희생으로 살아오다가 노인성 치매에 걸린 어머니, 이러한 가정 분위기속에서 각기 개성을 지켜가면서 성장해 가는 5남매가등장한다. 작가는 각 등장인물을초점화를 통해 가족간의 갈등과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방황과 열정을 보여준다. 가족사 소설이지만 삶을 포착하는 작가의 시야는 한 가정의 테두리를 넘어서고 있다.
이 소설은 이념의 치열한 대결이 주는 무거움이나 개인적인 감각과 자유분방에 함몰된 가벼움 어느쪽에도 편향되지 않는 균형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엄한규율과 통제,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 형제간의 경쟁을 통한 자아 발견등 가족관계는 한 인간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단위다. 사회의 변화는 실제로와해된 가족관계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안주의 공간으로 제기능을 해왔던 전통적인 가정이 오늘날에 이르러 흔들리는 '길 위'의 공간으로 해체되고 있음에우려의 눈길로 보낸다. 이 소설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서 가정, 자아발전과 실현의 밑거름이 되는 가족관계, 그것의 정상성 회복을암시해준다. 이는 소설의 서사성만이 담당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일 것이다.신재기 (문학평론가.경북산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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